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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마을 손님에게 추억 선물" 벽화 그리는 시골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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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마을 손님에게 추억 선물" 벽화 그리는 시골 이장

입력
2014.04.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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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이장이 마을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충북 괴산군 사리면 사담리 문화마을 이장 신성연(56)씨가 붓을 들고 나선 것은 이달 초. 마을 경로당과 놀이터 주변의 회색빛 담장이 금이 간 채 방치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신씨는 먼저 낡은 담장 보수 작업부터 했다. 마모되고 갈라진 곳을 메워 표면을 매끄럽게 한 뒤 흰색 페인트를 발랐다. 그림 주제는 사계절 농촌의 풍경과 전통 민속놀이로 잡았다. 농사와 통근버스 기사 일로 바쁜 중에 틈틈이 시간을 내 열심히 붓끝을 놀려 지금까지 빨래하는 아낙네와 사물놀이 모습을 담은 봄철 풍경을 그렸다.

이달 말까지 40여m의 담장에 나머지 여름ㆍ가을ㆍ겨울의 농촌 풍속도를 완성한 뒤 마을 골목길 곳곳에 200m의 벽화를 더 그릴 계획이다.

3년 전 이장을 맡은 신씨는 마을에서 ‘화가 이장’으로 통한다.

어린 시절 화가가 꿈이었던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졸업 후 독학으로 동ㆍ서양화를 모두 익혔다. 생업으로 바쁜 중에도 붓을 놓지 않은 그는 2006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동양화 부분에서 입선,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이런 재능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일에도 열성이다. 자신의 집에 꾸린 화실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미술교실을 열고 있고, 인근 보광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 미술강사로 활동 중이다. 방학 때는 미대 진학을 희망하는 지역 중ㆍ고생들을 모아 무료로 미술 실기를 가르친다.

2008년부터는 지역에서 열리는 한마음 체육대회와 효 문화 축제 등 각종 행사 때 자신이 그린 그림을 전시ㆍ판매해 얻은 수익금 전액을 괴산군민장학회와 인근 학교에 기부하고 있다. 이렇게 낸 장학금이 1,000만원이 넘는다.

신씨는 “혼자 하는 벽화 작업이 쉽지는 않지만 그림을 보고 추억을 되새기며 즐거워할 주민과 마을 손님들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괴산=한덕동기자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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