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선장 이준석(69ㆍ구속)씨 등 승무들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퇴선(退船) 신호’조차 울리지 않은 채 승객들만 남겨 두고 빠져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여객선 내 안내방송과 달리 퇴선 신호는 운항관리규정으로 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다. 검ㆍ경 합동수사본부는 선장 등 선박직 승무원들이 승객 구조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 구속된 승무원 이외에 나머지 생존자 12명 전원도 구속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21일 합동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2월 해경에 승인받은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은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을 좌초와 폭발, 퇴선 등 8개 유형으로 구분, 상황에 맞게 선장이 비상신호를 발령하도록 돼 있다. 갑판과 선실을 비롯해 전 승무원들은 이 신호를 듣고 제 위치에서 구명벌 투하와 승객 대피 유도 등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사이렌 같은 금속음을 내는 비상신호 중 퇴선 신호는 바다로 뛰어내리라는 의미여서 가장 격렬하고 오래 울린다. 인근에 있는 선박들에게 침몰 상황임을 알려 도움을 요청하는 의미도 있다. 세월호의 퇴선 신호는 연속음으로 약 30초 동안 울리도록 돼 있다. 선장은 퇴선 신호를 발령하면 선사와 운항관리실에 보고를 해야 한다.
선실의 승객들도 퇴선 신호를 들었다면 비상상황임을 알 수 있었지만 사고 당일 오전 8시 49분 비정상적 급선회 뒤 이를 들었다는 생존자는 없다. 왼쪽으로 60도 가량 기운 세월호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 20여 명을 구한 김성묵(37)씨도 “배에서 나는 경고음 같은 것은 전혀 못 들었다”며 “선실에 있던 승객들에게는 위험 상황이라는 어떤 정보도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퇴선 신호가 울리지 않았다면 “퇴선 명령을 내렸다”는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의 주장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퇴선 신호는 조타실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돼 선장→항해사→방송실로 이어지는 방송 절차보다 간단하다. 당시 조타실에는 선장과 항해사 등 선원이 8명이나 있었고,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31분간 교신이 이뤄진 만큼 전기도 공급되는 상태였다.
또한 수사본부는 기관장 박씨가 전화를 통해 퇴선 지시를 한 기관실 선원들을 만나 자신들만 아는 통로를 이용해 탈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구속된 조타수 조씨로부터는 이전에도 이번과 비슷한 조타 실수를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1등 항해사인 강모씨와 신모씨, 2등 항해사 김모씨, 기관장 박모씨 등 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이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수사본부는 또 지금까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출국금지 조치가 취해진 사람이 기존 40명에서 4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탈출 직전 선원들의 구체적인 조치와 행적을 살펴보기 위해 카카오 본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선원과 탑승객 400여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분석도 진행 중이다.
목포=김창훈기자 chkim@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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