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은 선원 임금이 짜고 계약직 비율이 높기로 업계에서 악명이 높았어요. 이번 사고로 이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뿐이죠.”
국내 여객선사들은 승객들보다 먼저 탈출한 세월호 승무원들의 행태가, 평소 청해진해운이 인력 관리와 대우를 엉망으로 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선원이라면 군대만큼 엄격한 위계질서와 배와 운명을 같이 한다는 책임의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노후한 배에서 열악한 처우를 받던 세월호 승무원들에게 자긍심이나 책임감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약 5개월 간 청해진해운의 다른 여객선에서 ‘계약직 갑판수’로 일한 김모(47)씨는 21일 “청해진해운의 모든 선원들은 다 불안한 마음으로 일했다. 배 상태가 안 좋은지 알면서도 당장 먹고 살아야 했고 바다를 떠날 수 없어 부당한 처우를 참고 일했다”고 말했다. 김씨 등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승무원 대부분을 계약직으로 고용했고 임금도 다른 해운사에 비해 20~30% 적었다. 세월호도 이준석(69) 선장을 포함한 전체 승무원 29명 중 15명이 계약직이었다.
김씨는 “다른 해운사에 다니는 동료가 300만원 이상을 받을 때 나는 230만원을 받았다. 배가 워낙 노후해 기름칠 등 손 볼 곳이 워낙 많아 항해가 끝나면 추가 근무를 많이 했지만 야근수당 한 번 받은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오죽하면 1년을 못 채우고 회사를 떠났겠냐”고 덧붙였다.
이 선장의 급여는 월 270만원, 다른 항해사들은 170만~200만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가 내놓은 2013년도 선원임금현황을 보면 내항 여객선 승무원의 평균 월급은 선장 346만원, 1등항해사 294만원, 갑판수는 263만원인데 이보다 더 낮은 것이다. 자연히 좋은 인력이 오지 않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계약직 승무원은 사명감은커녕 이직하기에 바쁜 상황이다.
그런데다 청해진해운은 안전관리도 부실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조사에서 일부 선원들이 “비상 상황과 관련한 안전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달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도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안전교육 등 선원 연수비에 지출한 금액은 단 돈 54만원이었다. 같은 해 광고선전비(2억3,000만원)나 접대비(6,060만원)와 비교해 턱없이 적은 액수다. 매뉴얼에는 퇴선(退膳) 시 승무원마다 맡은 역할과 담당 구명벌 위치가 일일이 정해져 있지만 교육을 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됐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화물 고박(묶는 것)에 대해서도 선원들은 할 말이 많았다. 과거 청해진해운의 배를 탔다는 또 다른 갑판수는 “컨테이너를 배에 실을 때는 쇠로 된 체인을 이용해 철판에 단단하게 고정시키는데 여기(청해진해운) 배는 줄 밧줄로만 휘 감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 계약해지를 당할지 모르는 선원들이 선장이나 해운사에 이런 문제를 지적하기는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김씨는 큰 희생을 낸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그 회사를 떠났지만 그 때 누구라도 배를 고치자고 했어야 했다. 피해자분들께 죄송하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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