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엿새째 진행된 민관군 합동구조팀의 수색작업은 기적 같은 생존자 소식을 가져오진 못했지만 어느 날보다 많은 시신을 건져냈다. 21일 오전 0시20분 시신 7구 발견을 시작으로 조명탄과 채낚기어선으로 불을 밝힌 채 밤샘작업을 벌여 수십 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유속이 약해지는 소조(小潮)가 시작돼 24시간 잠수인력 투입이 가능해지면서 3, 4층 집중수색을 진행한 결과다.
구조팀은 21일 해경과 해군 함정 214척과 헬기를 포함한 항공기 34대, 잠수사 631명을 투입해 세월호 선체에 진입했다. 이날 동원한 잠수사는 수색ㆍ구조활동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다.
구조팀은 이날 낮 12시부터 실종자들이 대거 몰려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3층과 4층을 집중적으로 수색했다. 객실과 휴게실, 오락실 등이 위치한 3, 4층은 특히 단원고 학생들이 승선했던 곳이다. 고명석 해경 장비기술국장은 “마침 물살이 느려진 시점인데다 5개의 가이드라인도 미리 확보하고 있어 구조인력을 집중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구조팀은 이날 5개의 가이드라인 외에 5개의 가이드라인을 추가로 개척해 동시 다발적으로 선체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해역은 파고나 시정도 양호한 편이었다. 20일부터 26일까지는 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큰 사리 때에 비해 유속이 40% 정도 느려지는 소조기로 수위도 높지 않다. 사고 해상의 풍속은 5~9㎧였고 파고는 0.5~1m, 가시거리는 14㎞였다.
하지만 물 속 상황은 해상만큼 좋지는 않았다. 구조활동에 나선 잠수사들은 “바로 옆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시정이 나빠 일일이 손으로 더듬어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물 속은 조류가 너무 세서 가이드라인을 잡지 않으면 물살에 떠내려갈 정도였으며 무인잠수정(ROV)도 역시 물살에 밀리는 형편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작업이 활기를 띠자 팽목항으로 몰렸다. 실종자 가족들은 “생존자 구조와 희생자 수색 작업을 2~3일 내에 마무리해 달라”고 간절히 요청했다. 일부 가족은 “왜 진작에 오늘처럼 집중 구조활동을 벌이지 않았느냐”며 원망을 터뜨리기도 했다.
수색ㆍ구조활동이 장기화하면서 잠수사들도 감기 몸살 등에 시달리는 등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잠수사 김모(42)씨는 "감기에 걸렸지만 아직 바다 속에 있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약조차 먹기가 미안하다"면서 "기적이 일어나도록 수색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방재청은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현장의 구조ㆍ수색활동을 돕기 위해 긴급통신망을 구성했다. 소방방재청은 이날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팽목항 부근에 통합지휘무선통신망(TRS) 기지국 2개를 추가하는 한편 이동형 기지국 1대와 위성송수신시스템 1대, TRS 단말기 150대, 위성전화기 10대 등 통신 단말기를 소방 등 각 기관에 배부했다. 이로써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서로 다른 통신방식을 이용하는 안전행정부, 해양경찰청, 해군 소속 인력의 통신이 이전보다 원활해지게 됐다.
진도=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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