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 무능론’이 비등해지면서 새누리당에 비상이 걸렸다. 6월 지방선거가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들에 대한 심판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호(號)가 선진국답게 안전하게 순항하려면 선장의 임무를 맡은 이 나라 지도자들, 정치 지도자들의 임무 완수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집권당의 대표로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홍문종 사무총장도 “실종자 가족과 국민에게 불쾌감 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행여나 음주ㆍ오락 등 부적절한 행위를 적발하면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 지도부의 표면적인 타깃은 금주령 와중에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한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 정부의 우왕좌왕 행보에 분노를 표한 유가족의 행동에 대해 뜬금없이 ‘색깔론’을 제기한 한기호 최고위원 등이다. 평소 같으면 별 문제가 안되거나 의례적인 정치적 논란에 그칠 만한 언행이라도 지금은 최대한 신중히 처신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진짜 걱정은 이번 참사 발생 이후 박근혜 정부의 우왕좌왕 행보다. 특히 침몰 엿새째인 이날까지 더딘 수색ㆍ구조작업에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고, 국민들의 실망도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심재철 최고위원은 “과연 이렇게밖에 못하나 하는 안타까움과 분노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한탄했고, 유기준 최고위원은 “안행부ㆍ군ㆍ경찰이 긴밀히 협조해야 하지만 현장에선 미숙함을 드러냈고 재해대책기구도 국무총리실과 안행부에 각각 있어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 같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당내에선 전날 실종자 가족들의 청와대행을 경찰력으로 막은 데 대해서도 “정부가 실종자 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하태경 의원)는 질타가 쏟아졌다.
한 핵심당직자는 “지금까지 새누리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해온 건 박 대통령의 개인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정부의 부실한 사고수습에 국민적 분노가 커진다면 당 지지율은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수도권 중진의원은 “6ㆍ4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는 이번 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면 개각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민심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