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던 안전강화 조치를 담은 법안들이 정부 부처의 다툼과 여야 정쟁으로 제때 처리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승객을 버리고 도망간 선장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고, 정치권은 무능한 정부 대처를 탓하지만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월호처럼 안전관리가 부실한 선박을 감독 관청 공무원이 엄격하게 솎아낼 수 있게 하는 ‘해사안전감독관제’ 도입은 입법 작업이 6개월 넘게 표류하고 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전문위원실이 “이 제도가 실시되면 선박ㆍ사업장의 안전관리 상태를 사전에 지도ㆍ감독하게 돼 해양사고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국회에 붙잡혀 있는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해수부는 당초 지난해 6월 이 제도가 들어 있는 해사안전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을 목표로 했고 정상적이라면 10월 국회를 통과될 수 있었다. 화물을 과적하고 안전교육도 소홀한 청해진해운의 세월호에 대해 새로 임명된 감독관들이 강력하게 점검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해양수산부의 최초 개정안에 타 부처가 관할을 둘러싼 문제로 이의를 제기해 3개월이 더 흘렀고, 12월 국회에 상정된 뒤에도 여야의 예산 다툼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해수부가 부활되기 전인 이명박 정부의 국토해양부가 2012년 4월 입법 예고한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 개정안도 같은 경우다. 교통관제구역 내에서는 선장이 교통관제 지시에 따르도록 하는 내용의 이 법이 처리됐다면, 선장이 관제센터 권고를 무시하는 바람에 승객이 제때 탈출하지 못하는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이 법은 여야 정쟁에 휘말려 해당 상임위에서조차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해상사고와 관련한 여러 법안들이 제대로 논의도 되지 않은 채 국회에 묶여있는 실정이다. 농해수위 의원실 한 관계자는 “사실 농해수위 관련 법안들은 여야 의원들간 이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슈가 되는 다른 상임위 법안에도 밀리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 여객선 침몰 사고도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면 과연 얼마나 빨리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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