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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모두 내 자식 같아..." 확산되는 엄마들의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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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모두 내 자식 같아..." 확산되는 엄마들의 촛불

입력
2014.04.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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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부산역 광장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글을 적고 있다. 부산여성회와 부산학부모연대가 마련한 이날 촛불집회에는 2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부산=이성덕기자 sdlee@hk.co.kr
21일 부산역 광장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글을 적고 있다. 부산여성회와 부산학부모연대가 마련한 이날 촛불집회에는 2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부산=이성덕기자 sdlee@hk.co.kr

“기적은 이루어진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

21일 오후 7시 어둠이 밀려오면서 경기 안산 단원구 고잔동 문화광장에는 촛불을 든 학생과 시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내 500여명이 숙연한 분위기 속에 손에 촛불을 들고 광장을 빙 둘러 앉았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돌아오지 못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학생과 시민들의 간절한 촛불기도회가 침몰 엿새째인 21일 밤까지 활활 타올랐다. 쌀쌀한 날씨에도 교복 입은 중학생부터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온 아이, 휠체어를 타고 나온 장애인까지 몰렸다. ‘어른이라 미안하다. 꼭 돌아오라’ ‘빨리 돌아와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라고 쓰인 색색 소원지가 광장 곳곳에 펄럭였고, 시민들은 “살아 돌아오세요” “힘내세요”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유승만(45)씨는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이 뉴스를 보고 왜 사고가 난 것인지, 왜 아직까지 실종자들이 구조되지 않는 것인지 물어보는데 뭐라 할 말이 없었다”며 “다시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가족과 함께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실종자 구조를 염원하는 촛불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원고 학부모들의 절규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는 전국의 엄마들이 있다. 사고 이후 안산에서 매일 밤 촛불 기도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전해지면서 지난 주말부터 서울, 부산, 세종시 등지에서 여성ㆍ학부모 단체가 잇다라 촛불을 밝혔다.

20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촛불 행사를 시작한 전국여성연대는 성명을 내고 “오늘부터 매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들겠다”며 “단원고 엄마들이 다른 것 신경 쓰지 않고 아이만 생각할 수 있도록 우리들이 촛불을 들자”고 호소했다. 여성연대는 매일 오후 7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실종자 무사귀환 촛불행사를 이어간다.

첫날 촛불 행사에 참석해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는 주부 이지민(37)씨는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한심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서 “엄마들이 현장으로 달려가 해결할 수 없다면, 해결할 힘이 있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부산 엄마들도 21일 오후 7시부터 부산역 광장에서 촛불 집회를 시작했다. 부산여성회와 부산학부모연대는 호소문을 내고 “실종자의 신속한 구조와 올바른 대응을 촉구하며 매일 이곳에서 촛불을 들겠다”고 밝혔다. 부산여성회 소속 학부모 현은정(46)씨는 “처음엔 눈물만 났지만 지금은 정부의 무능한 대처에 답답하고 화가 난다”면서 “국민들이 정부에 대해 얼마나 큰 충격과 실망을 느꼈는지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를 중심으로 열리는 정기 촛불 행사 외에도 온라인에서 미리 공지한 날짜와 장소에 모이는 소규모 촛불 모임도 활발하게 기획되고 있다. 육아ㆍ주부 커뮤니티 등에는 촛불 행사를 연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지역 육아커뮤니티 운영자는 “전국 모든 엄마들이 단원고 엄마들과 같은 참담한 마음일 것”이라며 “단원고 엄마들이 현장을 지킬 수 있도록 촛불과 검은 리본을 준비해 거리로 나설 생각”이라고 전했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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