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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이 빨리 결정을..." 지시에 "구조될 수 있냐" 응답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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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이 빨리 결정을..." 지시에 "구조될 수 있냐" 응답만

입력
2014.04.2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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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관제센터 - 세월호 31분간 마지막 교신|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습니까?”(세월호) “라이프링(구명대)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십시오, 빨리!”(서해지방경찰청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

해경은 다급했지만, 세월호는 말 그대로 ‘세월아 네월아’였다. 배가 급속히 침몰하는 위기 상황에 해경이 승객들을 탈출시키라고 지시했지만 승무원들의 퇴선(退船) 명령은 없었다. 31분간 마지막 교신 동안 “확인할 수 없다” “움직일 수 없다”는 응답만 8차례였다. “구조될 수 있느냐”는 말만 반복하다 교신이 끊기자마자 승무원들은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공개된 세월호와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 간 무선 교신 내용은 이런 승무원들에게 목숨을 맡기고 배를 탄 사실이 참담할 정도였다. 세월호가 진도VTS와 첫 교신을 시작한 것은 16일 오전 9시6분. 세월호가 제주VTS에 사고 신고를 접수한 지 11분만이다. 진도VTS는 “침몰 중”이라는 세월호의 응답에 곧바로 인근을 지나던 상선들에게 구조협조를 부탁했다.

이후 진도VTS는 “승선원은 어떻냐”고 상태를 확인했고 오전 9시23분 “구명동의 착용토록 하라”, “방송이 안 되도 최대한 나가서 구명동의 및 두껍게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하라”, 24분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라, 빨리!”, 25분 “선장이 최종 판단해 승객 탈출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세월호의 응답은 번번이 “확인할 수 없다” “움직일 수 없다” “탈출이 불가능하다” “방송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못한다’는 응답이 모두 8번 나왔다. 대신 세월호는 9시21분, 24분, 25분 반복해서 “해경이 오는데 얼마나 걸리느냐” “구조할 수 있느냐”고만 물었다.

하지만 이 때 인근의 한 선박은 “우리가 바로 앞에 있는데 승객이 탈출하면 인명구조하겠다”(오전 9시23분)며 기다리고 있었다. 9시29분부터는 해경과 대형 상선들이 속속 도착해 구명정 등을 바다에 투하하는 등 구조작업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 귀중한 시간에 승객들은 오전 9시쯤부터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하염없이 선실 안에 머물렀다. 한 생존자가 사고 당시 휴대폰으로 선체 내부를 촬영한 동영상에는 9시28분까지 “선실이 더 안전하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준석(69) 선장은 지난 17일 구속 직후 승객들을 탈출시키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사고 당시 인근 해역에 (구조를 도와줄) 협조선이 없었다”고 말했다.

세월호는 급선회 직후 이미 크게 기운 것으로 보인다. 오전 9시10분 교신에서 세월호는 “저희가 기울어서 금방 뭐…. 넘어갈 것 같다. 기울어져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40~50도 정도 기운 것으로 추측된다. 오전 9시38분 마지막 교신에서는 “60도 정도 좌현으로 기운 상태”라고 밝혔다.

세월호는 오전 9시37~38분 “해경이나 옆에 상선들은 50m 근접해 있고, 좌현으로 탈출할 사람만 탈출하고 있다. 항공기까지 떴다”고 전한 뒤 교신이 끊겼다. 직후 승객과 승무원 등 150여명은 세월호에서 뛰어내리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16분 뒤 세월호는 좌현이 완전 침수됐다.

진도=안경호기자 khan@hk.co.kr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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