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셸 위(25ㆍ나이키골프)는 대회 4라운드 내내 하얀 색 바탕의 모자 오른쪽 한 귀퉁이에 검은 리본을 달고 필드에 나섰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의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다. 미셸 위는 “이 사고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모든 가족에게 기도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재미동포 미셸 위(25ㆍ나이키골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총 상금 170만달러)정상에 오른 직후 밝힌 소감이다.
일흔 아홉 번 다시 일어나는데 3년8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78전 79기다. 미셸 위는 20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코올리나 골프장(파72ㆍ6,383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몰아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적어낸 미셸 위는 미국의 안젤라 스탠퍼드(12언더파 276타)를 두 타 차로 제쳤다. 미셸 위는 스탠퍼드에 4타 뒤진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시작했으나 짜릿한 역전극을 펼쳤다.
미셸 위는 2009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2010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 이후 3년8개월 만에 LPGA 투어 통산 3번째 우승을 거뒀다. 또 우승 상금 25만5,000달러를 더해 시즌 61만6,555달러(약 6억4,000만원)를 획득해 상금 순위 1위로 올라섰다. 이번 우승으로 미셸 위는 세계랭킹 23위에서 13위로 뛰어올랐다.
그는 “우승을 확정한 뒤 얼어붙은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거의 울 뻔했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번 대회 중 가장 일관된 경기를 했다. 즐겁게 경기하고 신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안방에서 화려한 부활
미셸 위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태어났다. 열 두 살이던 2002년에 최연소로 LPGA 투어에 나서 ‘천재 골퍼’로 불렸다. 이듬해 나비스코 챔피언십에는 초청 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는 2005년 LPGA 챔피언십 2위, 브리티시오픈 3위에 오르는 등 메이저대회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남자 대회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해 10월에는 나이키, 소니 등과 1,000만달러라는 거액의 후원을 받고 프로로 전향했다.
하지만 이후 미셸 위의 성적은 초라했다. 2009년 4년 만에 첫 우승, 2010년 2승째를 거둔 뒤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하와이는 미셸 위에게 안방과 같은 곳이다. 대회가 열린 코올리나 골프장은 그의 경험을 토대로 제작된 ‘무당벌레의 전설(The Legend of the Ladybug)’이라는 일화가 새겨진 소녀상이 있을 정도로 친근한 곳이다. ‘무당벌레가 어깨에 앉으면 따뜻한 말을 건네며 손가락으로 옮겨 부드러운 입김으로 보내줘야 한다. 그러면 행운의 여신이 우승컵을 가져다 준다’는 내용이다. 미셸 위는 “이번 주의 하이라이트는 고향에 돌아온 것”이라면서 “첫 번째 티샷부터 마지막 퍼트까지 모든 사람으로부터 받은 환대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폼보다는 실익
미셸 위는 2012년에는 23개 대회에 출전해 10개 대회에서 컷 탈락했다. 랭킹마저 60위권으로 추락하자 미셸 위는 특유의 화려함을 버렸다. 폼보다는 성적을 먼저 생각했다.
지난해부터 미셸 위는 퍼팅을 할 때 허리를 거의 ‘ㄱ’자 모양이 되도록 굽히는 자세를 취했다. 호쾌한 장타에 비해 퍼트 약점을 지적 받았던 그는 방법을 바꾸면서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자세가 불편해 보이고 엉성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는 개의치 않고 올해도 이런 자세를 유지하며 몸에 익혔다.
2010∼2012년까지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가 30개를 웃돌았지만, 지난해 29.88개로 줄었다. 이번 대회 마지막 날 보여준 퍼트는 그간의 불안감을 떨쳐 내기에 충분했다. 4라운드 퍼트수는 28개였다.
미셸 위는 또 거리보다 정교함을 선택했다. 티샷을 할 때도 드라이버를 잡지 않았다. 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안전하게 페어웨이를 공략했고, 아이언으로 그린 적중률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LPGA 투어 대표적인 장타자 미셸 위의 올해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57야드(49위)다.
미셸 위는 최근 3년간 70%가 되지 않던 그린 적중률을 81%(1위)로 끌어올렸다. 평균 타수도 69.57타(1위)를 기록하게 됐다.
한편 박인비(26ㆍKB금융그룹)가 11언더파 277타로 3위, 미셸 위와 공동 2위로 출발한 김효주(19ㆍ롯데)는 한 타를 줄이는 데 그치면서 4위(10언더파 278타)에 그쳤다. 최운정(볼빅)과 유소연(하나금융그룹ㆍ이상 24)은 공동 5위(9언더파 279타), 박세리(37ㆍKDB금융그룹)는 공동 9위(6언더파 282타)로 선전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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