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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재난 대응체제 기초부터 뜯어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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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재난 대응체제 기초부터 뜯어고쳐야

입력
2014.04.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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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 국정목표로 삼고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꿨다. 행정보다 안전을 앞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 구체적 실천을 위해 지난해 8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 범 정부 차원의 재난대응 체계를 다듬어 올해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핵심은 안행부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을 신설, 사회 재난의 대응과 지휘를 총괄토록 하는 것이다. 그 동안의 자연ㆍ인적ㆍ사회적 재난 구분을 사회ㆍ자연 재난으로 이원화하고, 소방방재청이 맡던 사회 재난 대응 업무를 안행부 중대본으로 옮겼다. 또한 경미한 사항만 협의ㆍ조정하던 조정위원회를 안전정책조정위원회로 확대 개편했고, 재난 발생 시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협력해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 민관협력위원회’도 도입했다. 한마디로 자연 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등 사회 재난에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안행부에 기구를 신설하고 권한을 모아준 셈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재난 대응체계는 ‘세월호’ 침몰 사고 대처 과정에서 전면적 기능 부전을 드러냈다. 언론 보도나 전문가들이 수없이 지적한 대로 어느 부처의 누가 지휘부인지조차 불확실해 구조ㆍ수색 작업이 지연되고 우왕좌왕이 거듭됐다. 가장 기초적인 사망자와 실종자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그 여파로 초동 대처에 결정적 판단 착오가 작용, 구조인력을 적게 투입하고, 배가 침몰하기 전에 전문 잠수부를 선체에 들여보내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정부 스스로도 중대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17일 정홍원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본부를 새로 구성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재난 대응체계가 제 역할도 하지 못하고 혼선과 무능을 보인 것은 권한과 기구만 확대했을 뿐 전문성 확충에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대본이 소방방재청의 전문인력을 제대로 충원하지 않고 행정관료 중심으로 구성돼 세월호 침몰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재난 대응체계의 이원화도 문제다.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참사, 성수대교 붕괴, 1995년의 대구 가스폭발 사고, 삼풍아파트 붕괴, 1999년 씨랜드 화재사건,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등 대형참사가 잇따르자, 재난 대응 전문기구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이에 따라 2004년 소방방재청이 사실상 재난 대처의 총괄 기구가 됐다. 이를 다시 쪼개 사회 재난은 중대본이, 자연 재난은 소방방재청이 맡으면서 여러 요인이 뒤엉킨 대형 재난이 터질 때마다 누가 대응 주체가 될지부터 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이 재난청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까지 나오니 한심하기 짝이없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전문성이 부족해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또 다시 새 기구를 만드는 게 답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재난 대응 체계를 일원화하고, 행정 관료가 아닌 전문가 중심으로 재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원점에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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