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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저비용항공(LCC)

입력
2014.04.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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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복장의 기장이 마이크를 잡더니, 갑자기 랩 송 스타일의 추임새와 농담을 섞어가며 한바탕 신나게 자신과 비행노선을 소개했다. 출발 전부터 폭소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소형 항공기인데도 좌석은 의외로 편안했다. 기내식은 주지 않았지만, 주스 한잔과 여러 종류의 스낵이 제공됐다. 그런데도 가격은 대형 항공사의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 6년 전 미국에서 경험한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ㆍLCC) ‘젯 블루(Jet Blue)’의 기억이다. 세계 최초의 LCC는 1971년 설립된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이다. 당시 미 행정부의 항공운송 규제완화 정책에 힘입어 항공기 3대로 시작한 이 LCC는 소형기로 단거리 노선에만 집중하고 기내서비스를 대폭 줄이는 전략으로 가격을 낮춰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LCC의 대중화에 결정적 기여를 한 건 1999년 등장한 젯 블루였다. ‘항공여행에 인간성을 회복시켜라’는 독특한 슬로건을 내걸고 당시 업계에서 중시하던 기내식을 아예 없애는 대신 넓은 좌석공간, 기장까지 나서서 고객을 즐겁게 하는 펀(Fun) 경영 등으로 미국 내 주요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 국내 LCC의 첫 등장은 2004년 설립된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이었다. 이어 2005년 ‘제주항공’, 2007년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 2008년 ‘진에어’가 잇달아 출범했다. 안전에 대한 우려를 씻고 국내외 단거리 노선에서 대형 항공사보다 20~30% 가량 요금을 낮춘 덕분에 승객이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국내의 LCC이용객이 무려 1,567만 명, 국내선과 국제선 점유율은 각각 48.9, 18.2%에 달했다.

▦ 최근 국내 항공시장이 각국 LCC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국내 5개사는 물론이고, 아시아의 주요 11개사가 경쟁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 LCC인 춘추항공도 지난달부터 상하이~제주 노선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1위안(170원), 9위안(1,500원)짜리 초특가 항공권을 앞세워 중국시장을 평정한 LCC다. 국내 업체가 더욱 차별화된 서비스로 맞서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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