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참 좋다고, 회사에서 잘 해 준다고, 힘들지 않냐고 물어봐도 언니는 그 말 밖에 안 했는데….”
20일 인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22)씨의 빈소.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양보하고 승객 탈출을 돕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언니 이야기를 하던 여동생 지현(19)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가녀린 어깨를 들썩였다.
박씨를 포함해 세월호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된 승무원은 모두 승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들이었다. 반면 선장 이준석(69)씨와 항해사, 기관사 등 세월호를 몰았던 선박직 선원 15명은 모두 구조됐다. 승무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검은 바다 속으로 스러지는 동안, 복잡한 선박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선박직 선원들은 수백 명의 학생들을 뒤로 하고 탈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끝까지 배를 책임져야 할 선장 이씨가 사고 당시 첫 번째로 도착한 구조선에 몸을 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족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박씨의 빈소를 지키던 이종사촌 오빠 김종현(32)씨는 “선장이 배를 버린 것도 모자라 다른 승무원들에게도 탈선명령을 했다는 거짓말로 죄를 덮으려 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각각 선내 매장 매니저와 불꽃놀이 아르바이트로 일한 정현선(28)씨와 남자친구 김기웅(28)씨도 승객들을 대피시키다 목숨을 잃었다. 탑승객에 대한 서비스 총괄 업무를 담당했던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45)씨는 침몰 직전 부인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 한다. 배가 많이 기울었는데 수협 통장에 돈이 있으니 큰 아들 등록금하라”는 말을 남긴 채 현재 실종 상태다. 그도 단원고 학생들 또래의 아들 둘을 둔 아버지였다.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고귀한 희생을 한 이들의 장례과정을 놓고, 유족들을 두 번 울렸다. 박씨의 유족 측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박씨의 빈소가 차려지기도 전인 18일 유족에게 박씨의 장례비용은 700만원까지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유족들이 추가 비용을 먼저 지불하면 선사가 추후에 정산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묻지도 않은 돈 얘기로 지영이의 마지막 길을 모욕해도 되느냐”며 “선사의 진심 어린 사과가 있을 때까지 발인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해진해운 측은 사고 당일 꾸린 대책본부를 하루 만에 폐쇄한 데 이어 20일 오전 예정됐던 공식브리핑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또 박씨 장례 관련 내용의 확인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다.
인천=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