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첼로)과, 압제하는 체제(오케스트라)의 대립을 다룬 곡입니다. 첼로가 대중(현악기)에 동참을 요구하면 정부 등 이를 훼방하는 요소(관악기, 타악기)가 끼어듭니다. 결국 첼로 독주로 끝나면서, 삶을 일구는 것은 개인 스스로의 힘일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곡이죠.”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내 초연되는 루토스와브스키의 첼로협주곡에 대한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26)의 설명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대변하는 듯했다. 17일 만난 엔더스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을 앞두고 “한국인이 음악 자체는 생소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곡의 메시지에는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곡을 비롯해 서울시향이 크세나키스의 ‘피토프라크타’, 쇼스타코비치의 ‘코’ 모음곡, 횔러의 ‘항해’(세계 초연)를 들려 주는 이날 연주회는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의 하나다. 서울시향의 다른 연주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르스 노바를 어려워하는 관객이 많지만 이번 공연만큼은 다르다. 3월 28일 서울시향과의 첫 협연에서 격조 높은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은 이상 엔더스가 다시 협연자로 나서기 때문에 기대감이 높다.
오르간 연주자인 독일인 아버지와 작곡가인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엔더스는 10년간 공석이던 독일 최고(最古) 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첼로 수석 겸 악장에 2008년 선발돼 화제를 모았던 연주자다. 하지만 “도전 없이 성장도 없다”고 믿는 그는 2012년 악단을 떠나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몸에 딱 맞는 코트가 때로 갑갑하듯, 대우는 좋아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단원 시절보다 3배는 더 일하고 수입은 적어진 지금이 더 만족스러워요. 매 순간 진심이 우러나는 연주를 할 수 있고 그게 객석에도 전달된다 믿으니까요.”
독일에서 자랐지만, 독일에서 활동한 한국 작곡가 윤이상의 이름을 따 아버지가 지어 준 이상이라는 이름을 자랑스러워하는 그는 최근 몇 년 새 한국 공연에 부쩍 애정을 쏟고 있다. 이번 서울시향과의 협연 외에 9월에는 금호아트홀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하고 내년 8월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베토벤이 남긴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전곡을 연주한다.
엔더스는 “한국에 올 때마다 어머니께 드리려 떡을 사 간다”며 웃는 앳된 모습의 연주자지만 음악가로서의 포부는 누구보다 원대하다. “결혼하고 부를 누리는 개인적인 희망이나 음반과 같은 실물을 남기는 것은 제 인생의 목표가 아니에요. 사후 어떤 방식으로든 음악계 발전에 족적을 남긴 음악가로 기억되는 것, 그게 제 꿈입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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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엔더스는 좋아하는 음악을 묻자 “슈베르트의 음악과 베토벤 교향곡, 바그너ㆍ베르디 오페라 등 누구나 듣기 좋은 음악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서울시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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