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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 불이행 vs 생명 경시 조장... 자살보험금 미지급 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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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 불이행 vs 생명 경시 조장... 자살보험금 미지급 뜨거운 감자

입력
2014.04.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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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 대부분이 자살을 한 경우 약관을 어기고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온 사실이 확인됐다. 계약 당시에는 자살 사망의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실제로는 보험금이 절반 수준인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온 것이다. 미지급 금액은 최대 수 조원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업계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건을 조사한 결과, 푸르덴셜생명 등 일부를 제외한 20여개 생보사 대부분이 자살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미지급된 보험금이 생보업계 전체로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지난 10여년간 미지급된 보험금만 수천억원에 이르며 현재 계약자까지 포함하면 향후 조 단위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가 된 보험은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이전에 체결된 재해사망 특약이 있는 보험계약이다. 당시 대부분 생보사는 약관을 통해 재해사망 특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나고 계약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재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재해로 인한 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다 보험금이 2배 이상 많다. 하지만 생보사 상당수는 이들에게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해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표준약관 개정 이후에는 약관 변경을 근거로 내세우며 기존 약관이 적용되는 계약자들에게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해 왔다.

생보사들은 2000년 초반에 종신보험 표준약관을 만들면서 표기 실수가 있었던 것일 뿐 자살은 재해가 아니므로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07년 약관에 오류가 있더라도 보험금은 약관대로 줘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생보사들은 문제를 제기한 고객에 대해서만 개별 보상을 해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면 가입자의 자살을 조장할 수 있고, 특히 암 등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환자가 악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은 재해사망금 지급에 대한 정확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보험 계약자 보호가 중요하지만, 자칫 자살 분위기를 조장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도 지난해 8월 ING생명 검사과정에서, 2003~2010년 사이 재해사망특약에 가입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90여건에 대해 보험금 200억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8개월째 이렇다 할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신 민원이 접수되면 분쟁 조정을 통해 생보사가 보험금의 60~70% 수준을 지급토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약관해석, 지급범위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법률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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