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의 원인이 급선회 때 균형을 잃은 것으로 좁혀지면서 이를 부추긴 화물 과적과 느슨한 고박(화물을 묶는 것) 여부가 집중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 세월호는 화물칸 안이 아닌 선수 갑판에도 컨테이너 수십개를 쌓아 무게중심을 잃게 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20일 검찰과 해양경찰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화물 하역업체인 우련통운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화물리스트와 항해일지 등을 토대로 세월호 선수 갑판 컨테이너에 실려있던 화물 종류와 적재한도 초과 여부를 조사 중이다.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구조된 승객들에 따르면 컨테이너 수십 개가 갑판에 쌓여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구조된 한 화물차 기사는 “선수 갑판에 10피트짜리 컨테이너 수십개가 2, 3층으로 쌓여있었다”며 “배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바다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선박 아래쪽 화물실이 아닌 갑판에 컨테이너가 과도하게 쌓여 있으면 급선회 시 선박이 스스로 균형을 되찾는 복원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6,825톤급)와 유사한 대형 여객선을 보유한 한 선사 관계자는 “선수에 컨테이너가 너무 많이, 높게 실려 있으면 배 복원력에 영향을 미쳐 한쪽으로 기울어질 때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그래서 (갑판 컨테이너 적재 시에는) 선장이 입회해 직접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칸에 실린 차량도 한도를 30대정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 제대로 고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지적된다. 세월호가 항로를 급하게 바꾼 16일 오전 8시49분쯤 배 안에서 “쿵” 소리가 난 것이 화물 고박이 풀려 한쪽으로 쏠린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에 따르면 세월호 차량 적재한도는 승용차 88대, 대형트럭 60대 등 148대이다. 하지만 사고 당시 1, 2층 화물실과 선수 갑판에 승용차 124대, 1톤(적재 중량 기준) 화물차 22대, 2.5톤 이상 화물차 34대 등 차량 180대가 실려 적재한도를 32대 초과했다.
청해진해운이 밝힌 대로 차량과 컨테이너 등 화물의 총 적재량(3,600톤)은 한도(3,960톤)를 넘지 않았다 해도, 적재한도를 초과한 차량은 화물칸 내 차량용 고정장치가 아닌 다른 고정장치에 묶였다는 뜻이어서 문제가 된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물차는 화물 무게까지 포함해 수십톤이 넘어 화물실 양 옆으로, 가벼운 승용차는 한 가운데 적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화물차 1대 공간에 승용차 3, 4대를 적재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도 세월호의 경우 초과된 많은 승용차들이 차량용 고정장치에 묶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차량을 네 방향에서 고정해야 흔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월호와 같은 조선소에서 만들어져 2009년 비슷한 전복사고를 당한 일본 아리아케호도 화물 고박이 풀린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조사돼 일 국토교통성은 컨테이너 및 차량을 더욱 단단히 묶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해경은 최근 청해진해운 화물 담당 관계자와 우련통운 관계자, 세월호에 화물을 묶어 고정하는 업무를 맡았던 용역업체 관계자 등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화물 적재상태 등을 집중 조사했다. 하역사와 용역업체 측은 조사에서 “화물은 제대로 고정했다. 배를 인양하면 모든 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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