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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주인인 공간... 운영도 스스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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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주인인 공간... 운영도 스스로 하죠"

입력
2014.04.2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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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김일주 원장. 사랑의집 제공
사랑의 집 김일주 원장. 사랑의집 제공

“의사 표현이 서툴다고 의견을 무시한다면 운영자가 왜 필요하겠습니까. 이곳의 주인인 장애인들이 직접 꾸려가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경남 의령군 지정면에 위치한 여성지적장애인 거주시설 ‘사랑의 집’은 조금 남다른 운영방식을 갖고 있다. 시설 내 23명의 장애인이 매달 자치회를 통해 주요 운영 방향을 결정하고 생활 속 불편이나 개선점 등을 운영진에게 가감 없이 전해 이를 실제로 운영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치회에는 의견을 취합 및 조율하는 사회자 역의 외부 운영위원만 참여할 뿐 내부 직원은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장애인들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및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다소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 같은 운영방식을 고수하는 이는 바로 사랑의 집을 15년간 이끌어 온 김일주(44) 원장.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설의 독특한 운영방식에 대한 그의 철학과 신념을 들어봤다. “예전엔 봄 소풍을 가더라도 직원 협의만 거쳐 장소를 결정했어요. 지금은 복잡한 안건이 아니면, 식구들(장애인들)의 의견을 꼭 반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시설에서 태어난 강아지 이름을 ‘황금이’로 지은 일이나, 6월 열릴 체육대회 종목 결정도 전적으로 자치회의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

사랑의 집은 1999년 당시 부산에 사는 평범한 가장이던 김 원장이 경남 의령 두메산골의 한 음식점 건물을 인수하면서 처음 문을 열었다. 바쁜 사회생활 중에도 장애인 단체에서 10년간 봉사활동을 하며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다가, 본격적으로 시설 운영에 뛰어들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을 하며 만난 아내 역시 적극 찬성했고, 그는 사랑의 집을 장애인 중 상대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더 필요한 여성지적장애인들의 보금자리로 만들어 갔다.

김 원장은 사랑의 집을 장애인들이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닌, 건강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사회와 적극 소통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축구, 마라톤 등 체육 활동이다. 특히 2012년엔 국내 최초 여성지적장애인 축구단인 ‘꽃미녀 FC’를 결성, 지난 12일 ‘제2회 경남 지적장애인축구대회’서 남성팀들을 제치고 처음 우승을 차지했다. 마라톤의 경우도 2007년부터 꾸준한 훈련 등을 통해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주관 마라톤 대회에서 입상은 물론 해외 유명 대회까지 출전하는 영광을 안았다. 또 2010년 창단한 핸드벨 공연팀은 지난해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오프닝 무대에 오르는 등 연간 20여 차례 이상의 공연에 나서고 있다. 그는“사회의 편견으로 상처가 컸던 아이들이 사람들과 어울리고 소통하면서 조금씩 치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최근 사랑의 집을 좀 더 안정적,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 지난달 자신의 개인 소유였던 이 시설을 천주교 산하 법인인 ‘사회복지회’에 기부한 것이다. 자신은 월급쟁이 원장으로 남아 장애인들 곁에서 활동을 지속하기로 했다. “사람의 집을 만들 때부터 이곳은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도 없고요. 좀더 큰 법인 산하에 들어가 식구들이 더욱 다양한 지원을 받고 삶이 더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는 게 저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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