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일본에서 화물 적재 불량으로 인해 세월호 침몰과 유사한 양상의 여객선 사고가 일어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 선박은 세월호와 같은 일본 조선소에서 만들어진 뒤 세월호를 매각한 일본 해운사에서 운영됐던 것으로 밝혀져 이번 사고의 원인 규명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마루에이페리사가 운영하던 아리아케호는 2009년 11월13일 일본 미에현 연안에서 파도에 부딪쳐 중심을 잃은 지 4시간 만에 90도로 넘어졌다. 아리아케호는 세월호와 비슷한 7,000톤 안팎의 카페리여객선으로, 두 선박 모두 나가사키현에 있는 하야시카네 조선소에서 1년 시차를 두고 건조됐다. 아리아케호의 사고 원인은 초속 15미터가 넘는 강한 파도의 충격으로 컨테이너 150기, 컨테이너 운반차량 44대 등 배 안에 실려 있던 2,400톤 규모의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복원력을 회복하지 못한 탓이다. 다행히 수심이 얕은 곳에서 넘어지면서 타고 있던 승객 및 승무원 28명은 전원 구조됐다.
아리아케호 사고를 조사한 일본 국토교통성은 사고선이 파도를 맞고 왼쪽으로 급선회하면서 배가 25도 정도 기울었을 때 갑판에 있던 컨테이너 고정장치가 끊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화물 고정장치가 적다 보니 국제해사기구가 규정한 고정장치 지탱 한도인 30도에 못 미쳐 화물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이로 인해 데크 앞부분 왼쪽의 무게 2,000톤을 넘는 화물들이 오른쪽으로 쏠리면서 배는 무게중심을 잃고 말았다. 아리아케호는 침몰 과정에서 P자 모양의 항적을 그렸는데 이는 세월호의 사고 항적과 유사하다. 국토교통성은 허술한 화물 적재 방식을 또다른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일본 당국은 당시 아리아케호처럼 선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선체를 날씬하게 만든 로로(roro)방식의 선박에서 운항 중 경사가 크게 틀어지는 사례가 5년 동안 20여 건 발생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아리아케호 침몰 이듬해 사고방지대책검토위원회를 설치한 국토교통성은 선박 내 컨테이너 및 차량을 더욱 단단히 고정시키는 방안 등 개선책을 내놨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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