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극적으로 구조됐던 안산 단원고 강민규(52) 교감이 18일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자 학교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하루하루 사망자가 늘어가고 아직 200여명의 학생과 교사들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강 교감의 비보까지 접한 교직원과 학생들은 말을 잃은 채 목놓아 울었다. 더러는 눈물조차 말라 버린 듯 멍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교무실은 이날 오후 취재진이 몰리면서 한때 북새통을 이뤘고, 경기도교육청 직원들은 문을 굳게 잠근 채 기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한 동료 교사는 강 교감의 자살 소식이 믿기지 않는 듯 “확인을 해 봐야겠다”며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교사는 “어제까지 진도 대책본부에서 함께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희생된 학생들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상황실이 마련된 강당으로 와 대성통곡을 하며 수학여행 사고 문제를 따지며 자녀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학교에서 자원 봉사를 하던 안산지역 시민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한 주민은 “전쟁이 나도 이 정도는 아니다”며 “그 놈의 수학여행 때문에 온 동네, 아니 안산시내 전체가 하루아침에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고 허탈해 했다.
단원고 2학년 교실의 복도 쪽 벽면을 빼곡하게 채운 재학생들의 메시지는 안타까움을 더했다. 재학생들은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의 무사귀환 염원을 담아 ‘단원고 후배들아! 조금만 더 버텨줘!!’, ‘선배님들 꼭 살아서 돌아와주세요’, ‘아까 오빠 보러 갔는데도 안 믿겨요. 다 꿈 같아요. 오빠가 또 아무렇지 않게 장난칠 것 같은데 실감이 안 나요’ 등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였다.
그러나 사고 이후 임시휴교 상태였던 단원고는 24일부터 수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희훈 교무부장은 이날 오후 “(강 교감의) 자살보도와 관련, 생존해 치료받고 있는 교사와 학생은 물론 재학생 모두가 심각하게 동요하고 있다”며 “조속히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해 일단 수업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오후 8시 이후 단원고에서 학생, 교원, 학부모를 제외한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상영 경기도교육청 부대변인은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1, 3학년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높고 더는 학습권을 외면할 수 없어 수업 재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에 이른 자살 소식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며 “교육청의 전문심리치료사와 상담사 등을 총동원해 생존 학생과 교사, 자식을 잃은 학부모들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안산=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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