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선미 부분이 갯벌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실종자 탐색 및 구조에 초비상이 걸렸다. 당장 사고 해역의 거센 조류 등을 감안할 경우 선체의 완전 침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탐색ㆍ구조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직후 뱃머리 부분이 2~3m(썰물 기준) 높이로 수면 위로 노출돼 있던 세월호는 18일 낮 12시57분쯤 완전히 물에 잠겼다. 현재 세월호는 선미(船尾) 부분이 수심 37㎙의 갯벌 바닥 밑 땅속을 1m40㎝ 가량 파고 들어간 채 비스듬한 사선으로 뒤집혀 있다. 해경은 세월호의 선체 무게 때문에 해저지반의 침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6,825톤급 세월호는 3,608톤의 화물을 싣고 있어 선체 무게가 1만톤이 넘는다. 해경 관계자는 “선수(船首)가 하루하루 갈수록 조금 더 아래 쪽으로 내려가고 있다”며 “1만톤이 넘는 배가 누르면 해저지반이 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의 침몰로 실종자 구조ㆍ탐색 작업은 그야말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의 싸움이 됐다. 해경 등 구조당국은 잠수요원의 선체 내부 진입을 돕고 선체를 부양시키기 위해 공기주머니인 리프트 백을 설치하는 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거의 고갈됐을 것으로 보이는 선체 내 공기 공급과 완전 침몰 방지를 위해 조속한 구조 및 탐색과 함께 선체 인양작업도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빠른 물살 속도, 혼탁한 바다 속, 열악한 잠수환경과 장비 등이 잠수요원들을 가로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구조ㆍ탐색 작업은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길수 한국해양대(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일단 배가 물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은 부력을 잃었다는 것인데, 이 경우 리프트 백을 달아도 1개당 15~35톤을 끌어 올리는 정도의 힘밖에 내지 못한다”며 “수심이 깊어질수록 구조작업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가 완전히 물속으로 가라앉으면서 선체에 공기를 주입하는 작업도 무의미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수압이 높아 밀폐된 객실 등에 구멍을 뚫고 공기를 강제로 밀어 넣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공기 주입은 승객들이 아직 생존하고 있다는 가정을 근거로 한 것인데, 차가운 바닷물에서 아직 생존할 수 있을지 가능성은 매우 옅어지고 있다. 서길준 서울대 의대 교수는 “바닷물 속에 배가 침몰했다면 6~7시간이면 체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진다”며 “다행히 산소가 있는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더라도 실종자가 몸을 움직여 체온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대부분 저체온증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가 완전 침몰할 경우 수압으로 인해 잠수요원들의 구조작업도 지연된다. 바닷속에서는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수압이 상승한다. 현재 선미가 빠진 지점에선 세 배 가까운 압력을 받게 돼 베테랑 잠수요원이라도 질소가 체내 혈관을 막아 호흡곤란과 통증이 따르는 잠수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구조 요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장에는 잠수병 위험을 낮추기 위한 감압(減壓) 챔버 등 심해잠수장비가 부족해 잠수요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진도=안경호기자 khan@hk.co.kr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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