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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막았더니 … 광고 '이삭줍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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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막았더니 … 광고 '이삭줍기' 경쟁

입력
2014.04.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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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억제 분위기에 따라 대기업들이 광고물량을 계열 광고사가 아닌 외부로 개방하면서, 광고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들은 수주물량이 줄어든 반면, 외국계와 독립 광고회사들은 크게 약진하고 있다.

18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탈(脫) 일감 몰아주기 기류가 형성된 이후 광고수주변동이 가장 큰 곳은 SK그룹이다.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 주력 계열사 광고를 그룹 소속 광고회사인 SK플래닛(M&C부문)에 거의 모두 맡겨왔는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사회적 거부기류가 형성되자 지난해부터 외부 광고회사에도 개방했다.

이에 따라 작년 하반기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의 광고는 외국계 광고사인 TBWA가 가져갔고, SK그룹 기업광고는 삼성계열 제일기획, SK에너지 광고는 금강오길비로 각각 넘어갔다. 이로 인해 SK플래닛의 지난해 매출은 3,787억원으로 전년보다 17%나 빠졌다.

SK플래닛은 올 상반기 ‘잘!생겼다’등 SK텔레콤 광고 일부를 가져오면서 약간은 회복했지만, 나머지 광고물량은 독립 광고사인 크리에이티브에어와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 등으로 분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광고물량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초대형광고주다. 원래는 반기별로 광고대행사를 선정했는데 올해 들어선 매 건마다 경쟁을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더이상 SK그룹 물량 독식이 힘들어진 SK플래닛은 사활을 건 유치전에 돌입, 올해들어 풀무원, 올림푸스, LG전자 트롬 등 신규 브랜드를 따냈다. 회사 관계자는 "어떻게든 지난해 감소한 매출을 회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그룹 역시 지난 해 7월 광고분야 계열사 일감 1,200억원 규모를 외부로 개방한다고 밝히면서, '이노션 독점시대'를 막 내렸다. 이에 따라 그룹 이미지 광고와 기아차 스포티지R 광고는 크리에이티브에어와 역시 독립 광고회사인 컴투게더에 돌아갔다. 올해 들어서도 아반떼 광고는 중소광고회사인 메이트커뮤니케이션즈로, 그랜저는 오래와새가 따냈다. 현대차의 경우 일정 물량에 대해선 이노션이 아예 프리젠테이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그 결과 지난 해 이노션의 취급액은 3조 7,191억원으로 전년보다 4% 줄었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컴도 사정은 마찬가지. 최대 계열사인 한화생명 광고를 제일기획에 내주면서 취급액이 27%나 격감했고, 그 결과 업계 7위 자리마저 오리콤에 내줬다.

결과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광고회사는 TBWA와 크리에이티브에어이다. TBWA는 지난해 하반기 SK계열사 물량을 따낸 데 이어 올해 SK이노베이션 물량 사수에도 성공했다. 또 현대카드 기업PR과 제일기획에서 가져온 삼성생명 역시 지켜냈다. 지난해 TBWA의 취급액은 3,442억원으로 19%나 성장했다.

독립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에어는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신규 광고주를 영입하며 76% 성장률을 보여 최대 수혜자가 됐다.

대기업계열 광고회사로는 드물게 LG그룹 계열 HS애드의 취급액이 31%나 늘었는데 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LG그룹과 대한항공 등의 광고 물량을 맡으면서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2,459억원의 취급액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의 1위인 제일기획은 지난 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TBWA에 내줬지만 SK그룹, 한화생명 등의 물량을 따내면서 취급액은 2%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독립ㆍ중소 광고회사들도 대기업 물량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들도 이젠 안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쟁영역을 찾게 됐다"며 "일부 부작용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중단한 건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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