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대형사고의 전조

입력
2014.04.18 15:28
0 0

102년 전 이맘때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비극은 예고돼있었다. 여객선을 초호화판으로 만드느라 내부구조에 결함이 많았다. 출항이 늦자 유빙이 떠다니는 위험지역에서 과속으로 배를 몰았다. 계속된 빙하 경고에 코웃음을 쳤다. 쌍안경함의 열쇠는 인계되지 않아 눈으로 전방을 살펴야 했다. 19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기 전날 밤 경비원은 식당가 바닥에서 함몰부분을 발견했다. 사고 당일엔 천장에서 물이 새고 바닥이 갈라졌다. 백화점은 건축 때부터 부실투성이였다.

▦ 대형사고에는 반드시 전조(前兆)가 있다. 한 번의 큰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고, 그에 앞서 300번의 사소한 전조가 나타난다고 한다. 1대 29대 300으로 알려진 ‘하인리히 법칙’이다. 세계적인 공학자 헨리 페트로스키는 대형사고 30년 주기설을 입증했다. 1847년 영국 체스터 교량이 무너진 이후 1877년 스코틀랜드 테이강 다리, 1907년 캐나다 퀘벡교, 1940년 타고마 해협 다리, 1970년 호주 웨스트게이트 다리 사고가 30년 주기로 발생했다. 한 세대 엔지니어가 다음 세대와 교대하는 간격인 30년이 되면 세대간 실패의 노하우가 단절돼 재앙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 실패에서 교훈을 얻자는 실패학이 가장 잘 정립된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은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를 계기로 실패 경험을 분석해 재발을 예방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일본에선 도쿄대 교수 하타무라 요타로 교수가 실패학을 이론화했다. 혼다자동차는 ‘실패상’을 제정해 기술개발에 실패한 직원에게 수여하기도 한다.

▦ 세월호 참사도 그냥 일어난 게 아니다. 선장 교체, 안전교육 미비, 무리한 운항, 구명보트 고장…. 이런 작은 요인들이 차곡차곡 쌓여 재난으로 커졌다. 우리 사회는 성공 신화에 중독돼 실패를 쉽게 잊으려 한다. 대형사고가 나도 반짝하고 분노만 터뜨리지 교훈을 얻지 못한다. 그러니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지하철, 서해훼리호, 세월호 등 대형 참사가 잊을 만하면 되풀이된다. 재난이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재난에 강한 나라는 있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