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공연 붐이다. 3월에 트래비스와 에이브릴 라빈, 존 맥러플린이 왔고 4월에는 수잔 베가와 브루노마스가 공연했다. 4월에는 또 아트 록 밴드 뉴트롤스(23일)와 ‘기타의 신’제프 벡(26일)이 공연한다. 5월 6일에는 존 메이어, 28일에는 폴 매카트니가 처음 한국에 오며 17, 18일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는 대미언 라이스, 바우터 하멜, 제이미 컬럼, 에릭 베넷, 손드레 레르케 등이 출연한다. 록 페스티벌의 라인업이 공개되면 더 어마어마한 이름들이 등장할 것 같다. 8월 슈퍼소닉페스티벌에서는 퀸과 애덤 램버트가 함께 공연한다. 이것만으로도 2014년은 내한공연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해가 될 만하다.
그렇다면 왜 내한공연이 늘어날까. 국제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세계 음악시장의 경향을 정리하는 보고서를 매년 발행하는데 4월 1일에는 ‘수치로 보는 음악 산업’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냈다. 각국의 시장 규모를 정리한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10위를 기록했다. 그 전까지는 12위 정도였는데 이번에 10위권에 든 것이다.
1위는 언제나 그랬듯 미국이다.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가 순서대로 2~5위를 차지했으며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브라질이 뒤를 이었다. 순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률이다. 전체 시장의 30%를 점유하는 미국은 전년 대비 0.8% 성장하는데 그쳤고 2위 일본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16.7%를 기록했다. 영국은 독일에 3위를 내줬지만 13억 달러를 기록해 13억7,000만 달러의 독일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한국은 시장 규모가 2억1,100만달러였지만 성장률은 9.7%나 됐다. 압도적인 성장세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으로 여겨지는 지역은 사실 이전까지는 그리 중요한 시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인터넷 스트리밍이 음악 산업을 재편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아이튠스나 스포티파이 같은 온라인 음악 회사들이 음악 팬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아마존 같은 초대형 유통업체가 음악을 서비스할 것이라는 소문이 더해지면서 영미권 메이저 음악 산업이 호재를 누릴 기회가 온 것이다. 공연은 음악으로 팬을 확보한 뒤 대규모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세계 공연 시장이 2015년에 약 10억4,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0년에 비해 2억 달러 이상 증가한 수치다. 내한공연은 그래서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규모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까. 폴 매카트니 공연 예매에서는 한국적 인터넷 환경이 문제가 됐다. 예매를 하지 못한 팬들은 해외 사이트를 우회해 표를 구했다. 후진적인 인터넷 결제 시스템을 질타하는 의견이 온라인을 달궜다. 한국의 티켓 가격은 여전히 다른 국가보다 비싸다. 공연장에서 부가 상품이 거의 판매되지 않는 한국적 특징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기업이 맡는 공연 주관사와 시행사인 중소 규모 공연 기획사의 시스템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내한공연 붐은 한국의 음악과 공연 문화를 전반적으로 살피는 계기가 되야 한다. 규모에 맞는 시스템과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때가 왔다는 얘기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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