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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권력 탈취와 방어를 위한 교본 ... 무솔리니ㆍ히틀러가 금서로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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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권력 탈취와 방어를 위한 교본 ... 무솔리니ㆍ히틀러가 금서로 지정

입력
2014.04.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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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1/쿠데타의 기술/2014-04-18(한국일보)
책1/쿠데타의 기술/2014-04-18(한국일보)

쿠르치오 말라파르테 지음, 이성근ㆍ정기인 옮김

이책 발행ㆍ400쪽ㆍ2만원

독일계 이주민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쿠르치오 말라파르테(1898~1957)는 가장 독특하고 영향력 있는 20세기 중반 이탈리아 작가로 꼽힌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파시즘에서 공산주의까지 온갖 진영에 참가했다. 일간지 ‘라 스탐파’ 등의 편집장으로 일하며 필명을 날렸다. 모험 정신과 반역, 풍자를 바탕으로 지난해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망가진 세계(1944)를 비롯해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한 다양한 소설을 썼다.

말라파르테의 대표 저작 중 하나인 쿠데타의 기술(1931)은 제목 그대로 권력을 탈취하는 방법을 분석한 보고서로, 그를 유배생활로 내몬 문제적 작품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여러 번역본이 나와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번역됐다.

격동의 20세기를 살았던 저자는 당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을 휩쓴 쿠데타를 직ㆍ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근대의 쿠데타에서 나타나는 법칙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나폴레옹,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 무솔리니, 히틀러 등 세계사를 뒤흔든 인물들이 어떻게 권력을 빼앗고 지키는지를 중립적이고 기술적인 측면으로 설명한다.

책은 출간 당시 ‘쿠데타로 권력을 탈취 또는 이를 방어하기 위한 교본’으로 알려졌고 유럽 지식인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감은 물론 무수한 비난과 오해도 동시에 얻었다. 더불어 정치적으로는 좌ㆍ우파 모두의 공격 대상이 됐다. 무솔리니, 히틀러 등은 자신의 이야기가 실린 책을 한동안 금서로 지정했고 이들의 눈에 난 저자는 5년 간 유배생활을 하기도 했다.

책은 기본적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예컨대 트로츠키의 권력 쟁취법은 전제주의 타도와 같은 거대한 대의명분을 앞세운 ‘전략’이 아닌 기술적인 ‘전술’이었다. “너무 확대된 지역과 다수의 인원을 포함하는 것은 봉기가 아닌 전쟁”(58쪽)이라고 믿은 트로츠키는 제한된 소수 인원을 움직여 주요 목표에 전력을 집중해 쿠데타를 지도했다. 저자는 “국가의 정복과 방어의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 그것은 기술적 문제라는 것, 국가 방어의 기술은 국가 정복의 기술을 지배하는 원리와 동일한 원리들에 의해 지도된다는 것”(283쪽)을 보여주는 게 책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저자는 “쿠데타를 다루면서도 특정 정치이념에 대한 도덕적 선악 판단을 언급하기보다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하거나 이에 대항해 방어하는 기술적 비결만을 이야기했다”고 했다. 자연히 간계와 술책으로 권력을 잡은 르네상스 시대 군주를 다룬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떠올리게 하지만 저자는 서문을 통해 “어떤 의미에서 마키아벨리가 다뤘던 것과 거의 동일한 주제이지만 이 책은 군주론에 대한 어떤 모방과도 거리가 멀다”(35쪽)고 강변하고 있어 흥미롭다.

20세기 유럽의 권력투쟁사를 담고 있지만, 궁전이나 의회 등 권력이 집중된 장소를 장악하려 한 이전의 혁명과 달리 근대적 쿠데타는 발전소, 방송국, 수도 등 권력의 흐름이 전달되는 ‘동맥’을 끊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오늘날 한국의 권력 다툼을 이해하는 데도 유용해 보인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책 전체의 3분의 1에 가까운 분량을 할애해 해제와 인물정보 등을 부록으로 실은 점도 눈에 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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