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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추격하라"..."따돌려라"... 점유율 0.1%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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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추격하라"..."따돌려라"... 점유율 0.1% 쟁탈전

입력
2014.04.1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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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개막한 ‘2014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일본 도요타는 간판 ‘캠리’의 부분변경(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공개했다. 2년 반 만에 새로 단장한 글로벌 베스트셀러에 세계 업계의 이목이 쏠렸는데,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게 도요타의 그 캠리 맞습니까?”

보통 ‘화장’을 고쳐 조금 더 산뜻하고 화사하게 보이도록 하는 게 지금까지 ‘페이스 리프트’였다면 이번엔 ‘성형수술’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조차 ‘남아 있는 모습은 지붕 뿐’ 이라는 평가를 내놨을 정도. 확 바뀐 디자인은 물론, 길이도 45㎜ 길어지고 폭도 10㎜ 넓어져 전혀 다른 차로 보이는 건 당연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부분변경 모델 디자인이 이처럼 대폭 바뀐 것은 처음”이라며 “현대자동차의 신형 쏘나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캠리는 40만대, 쏘나타는 20만대 가량 팔렸는데 업계는 올해 7세대 신형 쏘나타가 신차 효과로 25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세계 자동차시장은 전쟁 중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전략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크기와 종류의 차량을 만드는 ‘모듈 킷 생산방식’을 도입했고, 도요타는 부분 변경에 큰 변화를 줘 신차 출시 이상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허를 찌르는 전략들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은 일본 도요타, 미국의 GM, 독일 폴크스바겐 등 3강 체제가 굳어지는 상황. 지난해 각각 11.8%, 11.5%, 11.5%를 기록한 세계 시장 점유율만 봐도 선두 3사가 박빙의 싸움을 벌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뒤를 르노-닛산과 현대기아차가 각각 9.2%, 9.0%의 점유율로 추격하고 있다.

최대 격전지는 미국과 중국이다. 단 미국은 전통의 격전지라면, 중국은 떠오르는 격전지다.

미국 시장은 지난해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전년대비 7.5% 늘어난 1,558만대가 팔렸는데, 미국 토종 브랜드 GM(17.9%)과 포드(15.9%)가 1,2위를 달리는 가운데 도요타(14.4%)가 맹추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은 8.1%. 전년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현대기아차는 리먼사태 이후 미국자동차 업체들의 도산위기, 도요타의 대량리콜과 동일본대지진 등 혼란기를 틈타 2008년 5.1%이던 점유율을 2011년 8.9%까지 빠르게 끌어올렸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차들이 정신을 차리고 본격 반격에 나서자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모양새이다.

때문에 싸움은 올해부터가 진검승부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미국차들은 리먼사태 후유증에서 벗어났고, 도요타 등 일본차들은 리콜 대지진 충격에서 탈피한데다 ‘엔저’라는 날개까지 단 만큼 거친 대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3강 구도 체제에서 힘겹게 뒤따라 가고 있는 현대ㆍ기아차가 선두그룹에 들기 위해서는 일단 시장점유율 10% 권에는 들어야 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견제와 추격 탓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국 충칭 4공장 건립에 속도를 내고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GM, 도요타 등에서 다시 불거지고 있는 리콜 문제에서 거리를 두는 게 지금의 싸움에서는 최선책”이라고 내다봤다.

어떤 의미에서 미국보다 더 치열한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시장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시장 순위 = 중국 시장 순위’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시장 성장 속도는 빠르고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서 팔린 자동차는 2,200만대. 전 세계에서 생산된 자동차(8,400만대) 4대 중 1대는 중국에서 팔린 셈이다. 중국시장 성장률은 14%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 성장률(3.8%)의 4배에 이를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껏 동부 연안에 비해 발전에 늦었던 중국 서부 지역 경제가 빠르게 커가고 있다”며 “땅도 엄청나게 넓기 때문에 자동차가 보편적 통행 수단이 된다면 잠재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시장 1위는 시장점유율 20.1%의 폴크스바겐이다. GM이 10.0%이고, 현대차가 6.8% 점유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닛산 6.1%, 포드 4.5%, 도요타 3.7% 순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시장 장악을 위해 필사적이다. 전 세계 자동차 생산공장 신규 설립이나 증설은 정체 상태에 들어갔지만, 중국만은 예외로, 업체들이 생산량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2016년까지 140억 유로를 들여 공장 4개를 더 지어 현지 연간 생산량을 42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 GM도 110억 달러를 쏟아 부어 내년 말 목표로 38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3개 공장을 거느린 현대차 역시 서부내륙지역 충칭에 4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부호들이 특히 좋아하는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BMW 같은 독일 프리미엄 세단 판매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태.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자동차도 분명 ‘중국을 지배하는 회사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게 공식처럼 돼 버렸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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