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못지 않게 한국의 자동차시장도 전쟁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현대ㆍ기아차가 80%에 육박하는 내수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주체제를 굳힌 것 같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수입차의 거센 추격이 더 두두러진다.
일단 현재까지는 현대ㆍ기아차의 아성에 도전할만한 업체는 없다. 현대ㆍ기아차는 1998년 합병 이후 67%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기록했고, 2006년부터는 점유율이 7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특히 2012년부터 점유율 80%대를 넘나들며 명실공히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현대ㆍ기아차의 쾌속질주와 반대로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완성차 업체는 각각 ▦한국지엠 16.7% ▦쌍용차 2.5% ▦르노삼성 1.8%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전년도 같은 시기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하락했다. 특히 한국지엠의 경우 쉐보레 유럽시장 철수 등이 맞물리며 전년동월 대비 8%포인트가량 점유율이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 변화가 감지됐다. 현대ㆍ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8월~10월 78~9%로 떨어졌다가 11월 80%대선을 회복해 4개월간 유지됐지만, 지난달 다시 78.8%로 하락했다. 지난해 말 제네시스와 올해 쏘나타를 잇따라 출시했지만 오히려 시장점유율은 하락한 것. 현대차는 이에 대해 제네시스의 미국 출시를 앞두고 지난달 내수 물량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수입차의 거침없는 질주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디젤 차량을 앞세운 수입차는 국내 시장점유율을 늘려가며 ‘수입차 대중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03년 점유율 1.9%에 불과했던 수입차는 지난해 점유율 10%를 달성했다. 특히 지난달 신규 등록대수는 전년대비 30% 급증한 1만5,733대로, 사상 최다 판매를 기록했던 지난해 7월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수입차 업계는 시장 확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가격인하 ▦저금리할부 등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고객 쟁탈전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입차의 약진이 현대ㆍ기아차에 지나치게 편중된 시장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ㆍ전자산업팀장은 “유럽 디젤차들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국내시장을 공략해왔지만 국내시장을 석권한 현대ㆍ기아차는 1위에 안주해 상대적으로 연비개선 등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적게 했다”며 “내년 폴크스바겐과 도요타 등에서 연비가 한층 강화된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라 수입차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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