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입 때 용도와 가격, 디자인, 동력성능, 연비 등이 주요 체크 포인트지만 내년부터는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해야 된다. 바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탄소 배출량까지 운전자가 신경 써야 하나 되물을 수도 있지만, 이 배출량에 따라 차 값을 할인 받을 수도, 돈을 더 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차를 선택할 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이 같은 내용을 법으로 규정한 ‘저탄소차 협력금제’가 내년 1월 1일 본격 시행을 앞두면서 자동차 시장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 구매자에겐 보조금을 주고, 많이 배출하는 차량 구매자에게는 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통해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환경부가 내놓은 초안에 따르면 3.5톤 미만의 승용차를 살 때 1회 적용되며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은 50만~700만원, 부담금은 25만~700만원이다.
이렇게 되면 연비가 높은 하이브리드차, 소형 디젤차나 전기차 등을 구입할 경우 보조금을 받고, 중대형 가솔린차를 구입하면 차 값에 부담금이 붙는다. 그러다 보니 ‘역차별’ 논란까지 빚어졌는데, 이는 ▦국산차는 탄소 배출이 많은 가솔린이 주력인 반면 ▦수입차는 클린디젤, 하이브리드카 등 고연비 차종이 많기 때문이다. 국산차 업계가 ‘국산차 구매자 주머니를 털어 수입차 구매자를 지원하는 정책’이라며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부담금 최고액을 낮추고, 서민층 구매가 많은 소형차는 보조금 구간에 속하도록 하거나, 일부 중형차까지 중립 구간에 포함시키는 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공청회 등을 거쳐 6월에는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안은 최초 안에서 완화되는 쪽으로 나오겠지만, 어쨌든 이 제도가 시행되면 친환경차 보급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최대 1,500만원에 이르던 보조금을 추첨을 통해 지급했던 탓에 수혜자가 제한적이었지만 저탄소차 협력금제가 시행되면 누구나 전기차 구입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보너스-말러스(Bonus-Malus)’란 제도를 2008년 도입한 프랑스는 친환경차 확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 프랑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소형ㆍ준중형 중심이던 프랑스 대표 완성차 메이커인 PSA의 판매는 제도시행 전이던 2007년 대비 2.1% 늘었고, 2009년 프랑스 업체들 전체 판매는 16.9%나 성장했다. 프랑스는 탄소 배출 감축은 물론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에도 목적이 있었던 셈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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