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인솔하고 수학여행을 떠났던 교사들도 제자들과 함께 잇따라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7일 오전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단원고 2학년 6반 담임교사 남윤철(35)씨는 제자들을 구하다 물살에 휩쓸린 것으로 밝혀졌다. 남씨는 자신이 맡은 6반 아이들을 마지막 순간까지 통솔하며 일일이 구조대로 탈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이 반 학생들은 “선생님이 반 아이들을 탈출시키셨는데 탈출하려는 순간 물살이 거세져 휩쓸려 떠내려갔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9반 담임교사 최혜정(24)씨의 사연도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최씨는 침몰한 세월호 3층 내 별도 공간에 있었던 다른 교사들과 달리 학생들이 탑승한 4층 선미 부분에 있다가 변을 당했다. 동국대에서 역사와 영어를 복수로 전공한 최씨는 대학교 4학년 재학 중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 지난해 단원고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했다. 대다수가 실종된 9반 학생들은 최씨가 지난해 담임을 맡은 첫 제자들이었으며 2년째 같은 학생들의 담임교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혜정(24)씨 유족들은 이날 오후 상록구 안산제일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했다. 최씨의 동생들은 영정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언니의 얼굴을 보며 눈물을 쏟았다. 최씨의 고모는 “따뜻하고 예의 바른 혜정이는 동생들에겐 좋은 언니였고, 부모님에겐 효녀 맏딸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실종 상태인 3반 담임교사 김초원(25)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이 생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애타게 만들었다. 김씨는 학생들과 수학여행을 가기 전인 지난 14일 반 학생 33명으로부터 우편엽서 크기의 색종이 묶음을 받았다. 색종이에는 “수학여행 가실 때 생신이라서 너무 애매하죠? 친구들이랑 가족들도 못 보셔서 슬프죠? 이번에는 저희랑 보내요. 선생님 생신 축하드려요” 등 학생들이 쓴 생일 축하 문구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계약직으로 지난달 1일 채용된 김 교사가 올해 처음 담임을 맡으면서 힘들어 울기도 했다는 내용도 편지에 적혀 있었다. 김 교사는 화학담당이어서 문과이자 담임학급인 3반 학생들을 지도하지는 않았지만, 진지한 자세로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상담해 학생들이 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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