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철저한 조사로 원인을 규명해 책임질 사람을 엄벌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구조 상황을 몰라 답답해하는 실종자 가족들과 문답을 갖고 실시간 상황 전달을 약속하며 성난 가족들의 항의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20분쯤 여객선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아 35분간 대화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인력을 동원해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현장의 정보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는 가족들의 항의를 받자 “가족들이 뉴스보다 빨리 알아야 한다”며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대책본부 관계자들에게 실시간 상황 전달을 지시했다. 그러나 “군 부대가 투입된다고 하는데, 결과가 어떤지 알려 달라” “크레인이 온다는데 어떻게 인양할지 아무 말이 없다” 등 정부의 구조 상황에 불신을 가진 가족들의 원성은 쏟아졌다.
박 대통령은 이에 “승객 학생들이 모여 있다는 쪽에 접근하려 해도 시계가 20cm 밖에 안되고 물살 때문에 밀려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런 얘기를 누구보다 자세히 들어야 하는 게 가족”이라며 관계자들에게 신속한 상황 정보 안내를 지시했다. 그러면서 “크레인이 내일 새벽 다섯 시에 도착한다고 들었는데, 선박을 어느 정도 들어올리면 잠수부가 들어가기 수월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보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가족의 (질문)요청에 대해 여러 차례를 거치지 않도록 현장을 다 아는 사람을 배치하라”고 즉석에서 지시했고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서해지방청장을 상시 배치해서 브리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가족들과의 신뢰의 문제”라며 구조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도록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분이 말씀하신 것 전부 실행되도록 지시를 내렸다”며 “이 자리에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물러나야 한다”고 말해 가족 측에서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대화 말미에 “우리가 너무 속았다. 제 전화번호를 가져가서 오늘 한 약속이 잘 지켜지는지 물어봐 달라”는 한 가족의 요청에 대해 “전화번호를 주세요. 제가 확인하겠다”고 적극 응했다. 박 대통령이 대화를 마치고 퇴장할 때 일부 가족들은 “살려달라” “가지 마세요”라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전날 정홍원 총리가 거센 항의와 물세례를 받는 등 특히 어린 자녀들의 생사를 알 수 없어 좌절과 분노로 가득 찬 실종자 가족들이 많아 뜻밖의 돌발 사태가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마음으로 위로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체육관 문답이 결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도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 이날 진도 일정 내내 아무것도 먹질 못했다”고 말했다. 간간이 현장 관계자들에게 고성과 야유가 나오기도 했지만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자세가 실종자 가족들의 답답하고 성난 마음을 어느 정도 풀어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이날 낮 12시 25분쯤 진도 서망항에 도착한 후 해경경비함정에 승선해 진도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의 세월호 침몰 현장을 찾았다. 가랑비가 내리고 안개가 짙게 낀 날씨 속에서 민방위복을 입은 박 대통령은 함정 갑판으로 나와 침몰 선박을 바라보며 사고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해경지휘함으로 이동해 구조 요원들을 만나 “얼마나 가족이 애가 타겠습니까. 어렵고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달라”며 “생존자가 있다면 1분 1초가 급하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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