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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무심하지"… 비 오고 파도 거세 선체 진입·공기주입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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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무심하지"… 비 오고 파도 거세 선체 진입·공기주입 못해

입력
2014.04.1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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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무심했다. 가뜩이나 조류가 거센 맹골수도(孟骨水道) 해역, 빗줄기가 굵어지자 짙푸른 바다가 성을 내기 시작하며 최고 1.2m의 파도가 일렁였다. 바람도 거세졌다.

17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3km 해상. 침몰한 세월호에 갇힌 실종자를 구하기 위한 민관군 합동 수색ㆍ구조 작업이 벌어졌다. 해경 283명, 해군 229명, 소방본부 43명 등 잠수부 550여명과 민간단체 소속 잠수부 70여명이 동원됐고 탐색구조단이 꾸려진 독도함(1만4,000톤급), 잠수부와 생명줄을 연결하는 청해진함(3,200톤급) 등 군함 26척과 목포3009함(3,000톤급) 등 해경 경비함 78척도 세월호 주변에 배치됐다.

이날 오전 9시쯤 해경 함정을 타고 도착한 사고 해역에는 세월호의 뱃머리 아랫부분 5m 가량만 바다 위로 비죽이 솟아 있었다. 주위에는 선박 내 기름이 유출되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노란 오일펜스가 둘러쳐져 있었다. 보트 두 대에 탄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 10여명은 물 위로 드러난 뱃머리에 올라 어지럽게 엉킨 안전줄을 풀어 헤치며 본격적인 수색 작업을 위한 준비를 서둘렀다.

한국해양구조협회 등 민간 잠수부들도 수색 작업을 적극 도왔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이날 맹골수도 해역을 기준으로 유속이 느려지는 정조(停潮)는 오전 4시 2분와 9시 27분, 오후 3시 46분과 9시 40분 등 네 차례. 작업은 이 때에 집중적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늘은 섣불리 틈을 내어 주지 않았다. 오전 바다로 뛰어든 잠수요원 2명은 시야를 가린 뻘물을 헤치고 선체에 접근해 내부로 진입할 통로를 찾아 여기저기 더듬었으나, 결국 진입에 실패하고 물 위로 떠올랐다. 낮 12시 30분쯤 배 안 실종자들에게 실낱 같은 희망을 이어줄 공기 주입 작업을 시도했으나 기상 악화로 아예 진입하지 못했다. 뻘물로 가뜩이나 흐린 가시거리가 비가 내리면서 더 짧아졌기 때문이다.

오후 2시 30분쯤 구조 작업을 하던 민간 잠수요원 3명이 파도에 휩쓸렸다가 20여분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한국해양구조협회의 황대식 구조본부장은 “조류, 바람, 파도 탓에 속수무책이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비가 오면 빛 투과율이 떨어져 작업 환경이 더 어려워진다. 바다 속 가시거리는 20㎝에 불과했다”면서 “해경 함정을 타고 온 실종자 가족 대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해경은 오후 8시 40분쯤 무인 로봇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재개했다. 무인 로봇의 선체 진입 작전이 성공하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여객선 구석구석을 수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종자 가족들은 두 손을 모은 채 이날도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진도=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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