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YH2014041900160006300] <YONHAP PHOTO-0093> <여객선침몰> 고개 숙인 세월호 선장 (목포=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형법상 과실 선박매몰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준석 선장이 19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4.4.19 youngs@yna.co.kr/2014-04-19 01:24:06/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http://newsimg.hankookilbo.com/2014/04/17/201404171890225509_1.jpg)
“정말 죄송하고 면목이 없습니다.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17일 오전 11시쯤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1층 수사과 사무실. 회색 후드티를 뒤집어 쓰고 고개를 떨군 채 수사관 책상 앞에 앉은 세월호 선장 이모(69)씨의 입에선 들릴 듯 말 듯한 참회의 말이 흘러 나왔다.
“승객들보다 먼저 배에서 탈출한 게 맞습니까.” “승객들을 왜 움직이지 말라고 했습니까.”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잠시 후 취재진이 돌아간 뒤 입을 연 이씨를 조사하던 수사팀 관계자들은 수 차례 혀를 내둘러야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이씨의 행적에 상식적으로 납득하지 못할 구석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씨는 배가 빠르게 왼쪽으로 기울며 침몰하고 있는데도 승객들에게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말라”고 선내 안내방송을 했다. 이씨는 해경 조사에서 “사고 당시 승객들에게 제자리를 지키라고 한 것은 전적으로 나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배가 침몰할 때까지도 승객들에게 제자리를 지키라는 안내방송만 두어 차례 했을 뿐 승객 대피 등 구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해경과 무선교신(16일 오전 9시6분)을 하면서 “선내 방송 시스템이 고장 나 안내방송을 할 수 없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특히 이씨는 해경과 무선 교신 직후 자신의 말만 굳게 믿고 제자리를 지키던 승객들을 뒤로 한 채 구명보트를 타고 탈출했다. 현행 선원법 10조(재선의무)는 선장은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을 모두 부리거나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이번 사고처럼 배가 기울기 시작하면 승객들에게 퇴선을 명령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승객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이씨가 승객들은 배 안에 머물도록 하고 자신만 배 밖으로 탈출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탈출에 성공한 뒤 보여준 행동도 상식 밖이었다. 이씨는 구명정을 타고 빠져 나와 진도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선원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승무원이 아니다.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탈출 과정에서 바닷물에 젖은 지폐를 치료실 온돌침대에 말리는 등 황당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인천-제주 항로만 7년간 운항한 이씨가 해양수산부의 권고항로를 벗어나 배를 몰고 가다가 사고 해역 인근에서 배를 급선회한 이유도 석연찮다. 사고 해역은 국내에서 유속(시속 8㎞)이 두 번째로 빨라 조류발전소 최적지로 꼽히는 ‘맹골수도(孟骨水道)’ 근처다. 이씨는 지난해 일본에서 세월호를 도입할 당시부터 선장을 맡아왔고, 올해엔 1월 16일부터 무려 24차례나 이 항로를 오갔다.
그러나 사고 당시 조타 키를 잡은 사람은 이씨가 아닌 경력 1년의 3등 항해사 박모(26)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고 해역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씨가 조타 키를 박씨에만 맡기고 뭘 했는지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진도=안경호기자 khan@hk.co.kr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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