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실종자들로부터 ‘살아있다’는 메시지들이 잇따라 인터넷 등에 유포되면서 가족과 구조대를 술렁이게 했다. 그러나 경찰은 생존자들이 보낸 문자는 없다고 밝혔다.
17일 오전 실종자 명단에 포함된 단원고 한모양이 페이스북에 구조를 요청하는 글이 올라온 사실이 인터넷 등에 퍼져 신속한 구조 요구가 빗발쳤다. 이날 오전 11시22분에 올린 것으로 돼 있는 페이스북 글은 “지금 저희 식당옆 객실에 6명이 있어요. 폰도 안되여 유리 깨지는 소리 나구요. 아무 것도 안보여요. 빨리 식당쪽 사람 맘ㄴㅎ요(‘많아요’로 추정). 제발 빨리 구조해주세여”라고 쓰여있다. 선실 내의 구체적 상황이 나타나 있어 진짜 생존자가 보낸 것 아니냐는 기대가 높아졌다. 16일 밤에도 진도 팽목항에 있던 실종자 가족들이 오후 10시15분에 세월호 내에서 “살아 있다. 구조해 달라”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고 주장했다. 다른 실종자 가족도 17일 오전“사고 현장의 남편에게 구조작업에 투입된 민간 잠수부가 ‘살려달라’는 아이들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다”며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이날 “세월호 실종자들의 휴대폰 이용내역을 모두 확인한 결과 사고 이후 이용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문가들도 실종자가 문자를 보냈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혁재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명예교수는 “휴대폰 통신 주파수의 특성상 카카오톡 메시지 등이 물속을 통과해 전달되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다만 수면 아래라도 (물로 차 있지 않은) 공간이 수면 위까지 연결되면 통신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들도 이동통신 전파가 선박의 두터운 철판을 뚫지는 못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실종자들이 문자를 보낸 것으로 믿기는 어렵지만 침몰 여객선에 생존자가 남아있을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뒤집힌 여객선 내부에 공기가 갇혀있는 공간(에어포켓)이 있다면 생존할 수 있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ㆍ해양공학과 교수는 “침수되더라도 선실 내에 물이 흘러들지 않도록 막아주는 수밀문(水密門)을 닫았다면 에어포켓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나이지리아 근해에서 전복 사고로 배가 수심 33m 지점에 침몰했으나 한 20대 선원이 내부 저압력연소실에서 에어포켓을 발견, 3일간 버티다 구조된 사례가 있다.
물론 침몰 후 경과한 시간을 감안하면 ‘기적’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가 차가운 바다에 잠겨 있기 때문에 요행히 에어포켓이 있어도 체온 유지가 문제다. 체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지면 심장마비가 오고, 28도 이하로 떨어지면 혼수상태가 돼 대부분 사망한다. 사고해역 온도는 12.5도 정도다. 곽영효 서울대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에어포켓 내에서 건강한 성인 남자가 담요 등으로 체온을 유지한다면 24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다”면서도 “기적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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