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조할 수 있는 구명벌(구명뗏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승무원들의 미흡한 대응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의 선박구명설비 기준에 따르면 국내 여객선의 경우 최대 승선 인원을 수용하는데 충분한 양의 구명정 또는 구명벌(구명뗏목)을 비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명정은 위급 상황 발생시 텐트처럼 펼쳐져 승객들이 대피할 수 있는 장비로 내부에 신호장치, 의약품, 비상식량 등이 비치돼 있어 장시간의 표류가 가능하다. 구명벌은 마찬가지로 위급 상황 때 부풀려지는 고무보트지만 의약품, 식량 등이 없어 구명정보다 안전성은 떨어진다.
17일 해경 등에 따르면 세월호에는 구명정은 1대도 없고, 25인승 구명벌만 46개 장착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명벌은 구명정에 비해 단가가 저렴하다.
선박구명설비 기준은 구명정과 구명벌 구분 없이 최대 승선 인원 수용 여부만 따지기 때문에 세월호는 기준에 저촉되진 않는다. 세월호의 구명벌 46개는 1,15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라 승객 정원 960명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구명벌이 펼쳐지지 않은 것은 여객선측의 과실이라는 지적이다. 구조된 세월호의 조타수 오모(57)씨는 “선원들은 자기가 펼쳐야 할 담당 구명벌이 정해져 있지만 배가 60도 가량 기울어진 상태라 선실에서 한발도 움직일 수 없어 구명벌까지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구명벌은 일정 수압에 의해 자동으로 팽창되지만 작동하지 않을 경우 핀을 빼고 잡아당기면 묶여 있던 게 텐트처럼 펼쳐진다”며 “침몰 당시 펼쳐진 구명벌은 누가 작동시킨 건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명벌이 작동하지 않은 세월호는 올해 2월 10~19일 한국선급으로부터 중간(안전)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양호 판정을 받아 부실 검사 의혹도 일고 있다. 결국 “승객들을 대피시키라”는 해경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선장과 구명정을 작동하는 대신 탈출을 택한 일부 승무원들의 부실한 초동 대응으로 배가 침몰하기 전 승객들이 탈출할 수도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 허비된 것이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목포=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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