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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만들기가 악몽으로… 살아남은 학생들도 '외상후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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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만들기가 악몽으로… 살아남은 학생들도 '외상후 스트레스'

입력
2014.04.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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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기로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절친했던 친구와 선생님을 잃은 충격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안과 수면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단원고 학생 72명을 치료 중인 고려대 안산병원 차상훈 병원장은 17일 “학생들이 외상은 경미하지만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로 불안과 수면장애,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이 늦거나 인지능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멍한 상태를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측에 따르면 일부 학생들은 아침에도 사고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식사를 거르거나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에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된 김모 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제 치료를 받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지만 잠이 든 뒤에도 1시간 넘도록 몸부림을 쳤다”고 안타까워했다.

복지부와 경기도는 생존 학생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임상심리사 등으로 구성된 심리지원팀을 구성, 고려대 안산병원에 파견했다. 김영훈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대형 참사의 경우 피해 당사자 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과 친지, 친구, 그리고 구조인력에도 심각한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장기간 지속될 경우 우울증 등 다른 정신장애가 동반되고, 심한 경우 자살의 원인이 되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저절로 회복될 확률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한편 침몰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정차웅, 권오천, 임경빈 군 등 단원고 2학년생 3명의 시신이 이날 오전 9시40분쯤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구급차에서 임군의 시신이 내려지자 지켜보던 임군의 아버지와 어린 여동생은 “내 아들 좀 살려달라” “오빠”를 외치며 울부짖었고 이를 지켜보던 친구들도 눈물을 쏟아냈다. 유족들은 한때 분향소를 차리지 않고 외부 사람들과 접촉을 차단한 채 마음의 고통을 달랬으나 오후 늦게부터 임시 분향소를 마련해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박영인 군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신원이 확인된 이다운 군의 시신은 이날 오후 11시30분쯤 안산 한도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안산시와 경기도교육청 등은 유가족들과 합동분향소 설치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해 결정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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