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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 찾아간 실종자 가족들 해경 구조정 향해 "우리 애 살려달라"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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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 찾아간 실종자 가족들 해경 구조정 향해 "우리 애 살려달라" 절규

입력
2014.04.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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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붙이를 집어 삼키고도 무표정하게 철썩이는 진도 앞바다를 바라보던 가족들은 또 한번 오열했다. 몇몇 가족들은 바다에서 시선을 돌렸다.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실종자 가족 200여명은 “수색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러 가자”며 버스를 타고 진도 팽목항으로 달렸다. 바다 앞에 섰지만 가족들은 뿌연 바다 저 멀리 있을 실종자들을 떠올리며 발만 동동 굴렀다.

가족들은 팽목항에 정박해 있던 조도행 정기 연안여객선 한림페리3호(113톤급)에 무작정 올라탔다. 안산시장, 안산시 국회의원 등도 함께 탔다. 오전 7시 30분쯤 출항한 한림페리3호는 “사고 현장으로 가자”는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요구에 목적지를 향하던 뱃머리를 돌렸다.

사고지점을 향해 가는 배 위에선 실낱 같은 기대와 절망이 교차했다. 이번 사고로 실종된 안산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는 “배 안에 있는 학생이 친구에게 오늘 오전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한 가닥 기대를 붙들었다. 그러나 잠시 후 단원고 박모양의 어머니는 딸의 시신을 확인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너 없이 어떻게 사니. 내가 지금 너한테 가고 있는데 먼저 가면 어떻게 하니”라며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오전 9시 5분쯤 배가 사고지점 가까이 다가가자 군함, 해경정 등 10여 대로 둘러싸인 침몰한 세월호의 선수 부분이 멀리 보였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배를 보기 위해 난간 밖으로 몸을 내민 가족들은 옆을 지나가는 해경 구조정을 향해 “우리 애들 좀 살려달라”고 울부짖기도 했다.

가족들은 세월호에 조금이라도 더 접근하라고 요구했지만 수색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한림페리3호는 사고지점에서 3㎞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희미하게 보이는 세월함의 선수를 바라보며 가족들은 안타까움에 가슴을 쳤다.

환갑을 맞아 인천 용유초교 동창들과 제주도 여행을 떠나려고 배를 탔다가 실종된 최모(61ㆍ여)씨 남편 최인수(68ㆍ서울 금천구 거주)씨는 아내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눈물을 쏟았다. 최씨는 “다음달 가족여행도 가는데 굳이 위험하게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느냐고 반대했다가 마음에 걸려 그제 아침 여비로 20만원을 줬다”며 “‘이게 웬 돈이냐’고 반색하던 아내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10분 뒤 배가 회항하자 한 남성은 “배를 돌리면 뛰어내리겠다”고 하다가 주변 사람들의 만류를 당했다. 구조활동을 더욱 어렵게 할 비바람을 바라보며 가족들은 무거운 침묵에 빠졌다. 배가 오전 11시 40분쯤 팽목항에 도착하자 울다 탈진해 쓰러졌던 여성 두 명이 대기하던 구급차에 실려 후송됐다.

진도=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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