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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끝까지 배에 남아 승객 대피 시키고…" "반에서 착한 애로 소문난 친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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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끝까지 배에 남아 승객 대피 시키고…" "반에서 착한 애로 소문난 친구였는데…"

입력
2014.04.1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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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바다는 세월호와 함께 채 피지도 못한 젊은이들을 무참히 삼켰다. 수학을 좋아했던 꿈 많은 고등학생은 다시는 부모와 친구들 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20대 여성 승무원은 마지막까지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16일 오후 7시 현재 확인된 사망자는 4명이지만 실종자가 281명에 달해 구조 작업이 지연될 수록 비극의 강도는 가늠조차 힘든 상황이다.

유족 등에 따르면 가장 먼저 숨진 채 발견된 고 박지영(22)씨는 충남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휴학하고 청해진해운에 입사했다. 간 질환을 오래 앓던 아버지가 3년 전 사망하면서 가정 형편이 급격히 기울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동생을 위해 박씨는 청해진해운 입사 전에도 온갖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렸다.

사촌오빠의 소개로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박씨는 여객선 내 매점에서 근무하며 승객들을 안내하는 일을 맡았다. 10시간 이상씩 배에서 근무하는 고된 업무였지만 겉으로는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고 항상 밝게 웃는 쾌활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일하는 배에 가족들을 태워 제주도 여행까지 살뜰히 챙긴 효녀였다.

세월호 침몰 소식에 몸을 떨었던 어머니는 딸의 비보를 접한 후 결국 실신했다. 박씨 얼굴에는 사고 때 생긴 긁힌 자국이 많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황(58)씨는 "남자승무원 한 사람과 지영씨가 마지막까지 남아서 승객들한테 '높은 곳으로 올라가시라'고 소리를 질렀고 덕분에 선원들도 상당수 대피했다"며 "선체가 기울면서 고리가 달린 문이 바닥 쪽으로 내려와 대피하던 승객 한 사람이 바닥이 된 뚫린 문으로 빠져서 꺼내 구하는 등 계속 승객들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이모부 김정길(63)씨는 "나도 친구들과 배로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어찌나 잘 챙겨주던지 조카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었다"며 "지영이는 평소 정의감이 투철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안산 단원고 2학년 정차웅(17)군은 성실한 학생이었다. 담임인 김소형 교사는 정군의 노트에 이 같은 응원글로 열심히 공부하는 정군을 자주 응원했다. 학급 내 '학습부'에서 수학부장을 맡은 정군은 수학을 좋아해 유독 담임교사를 따르던 착한 학생이었다.

속속 연락이 취해진 학생들로부터 정군이 여객선 내 선실 '방장'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군이 친구들을 먼저 대피시킨 뒤 늦게 빠져 나오다가 사고를 당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수학여행에 불참한 같은 반 친구 임재건군은 사망 소식을 듣고는 "아무리 장난을 쳐도 화 한번 안 내던 착한 친구라 정말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고 전했다. 임군은 "차웅이는 반에서 착한 애로 소문이 나 있는 애였다"며 "(내가) 병 때문에 몸이 아파서 지각을 하면 꼭 '몸은 좀 괜찮으냐'고 걱정해주던 자상한 친구였다"고 안타까워했다.

진도=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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