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밖에 안나요. 학교가 아니라 전쟁터 같네요."
16일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로 2학년 정차웅(17)군이 숨지고 같은 학년 246명이 실종된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1반은 37명 중 19명, 6반은 37명 중 14명이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된 반면 10반은 1명, 9반은 2명만 생존이 확인돼 반별 선실 위치에 따라 피해가 달랐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을 인솔한 교사도 14명 중 12명이나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제자들과 동료들이 무더기로 참변을 당했지만 학교측은 망연자실할 겨를도 없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학교측은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에 오전 10시쯤 1학년과 3학년생 전원을 귀가시키고 생존자 파악에 매달렸다. 교감 등 인솔교사 14명뿐만 아니라 수학여행을 떠난 2학년생 325명 모두에게 휴대전화를 연결해 생사여부를 파악했지만 교사 2명을 포함해 고작 82명만이 생사가 확인됐을 뿐이다. 한 교사는 "생사 확인을 위해 전화통을 몇시간째 붙들고 있는데 거의 연결이 안 된다"면서 "급히 몸을 피하다 휴대폰을 잃어버려 연락이 안 되는 것 아니겠냐"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충격적인 소식에 교실 전체가 울음바다가 됐던 1ㆍ3학년들은 귀가 조치에도 선뜻 학교를 뜨지 못했다. 일부 학생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선후배들의 생존 여부라도 알기 위해 학부모들이 모여있는 4층 강당을 찾아 생존자 명단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름을 찾았다. 한 3학년 여학생은 "후배들 모두 무사히 돌아올 거라 믿는다"면서도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학교측은 17일과 18일 이틀간 임시 휴교하기로 했다. 교사들 중 상당수가 학부모들과 함께 사고 해역 인근인 진도군으로 향했고, 남아 있는 교사들도 실종자 학부모들에게 현장 소식을 전해주는 등 사고 수습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실종자 수색 상황에 따라 휴교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학교 측은 진도 현지 해상에서 구조된 재학생들 가운데 비교적 건강상태가 양호한 학생 30여명을 버스 편으로 올라오게 했다. 이들은 외상 등 큰 문제는 없지만 사고에 따른 정신적 충격이 컸던 터라 안산 고대병원과 단원병원, 한도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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