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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 맞고 싶나, 산문출송 당하고 싶나" "할 테면 해보시라" 험악해진 동화사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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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 맞고 싶나, 산문출송 당하고 싶나" "할 테면 해보시라" 험악해진 동화사 갈등

입력
2014.04.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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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지 임명을 둘러싼 대구 동화사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조계종 종정인 동화사 방장 진제 스님과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은 15일 임회(林會ㆍ회의)에 앞서 만나 고성을 주고 받았다. 성문 스님과 중앙종회 의원 현근 스님, 전 동화사 주지 허운 스님 등은 이 자리에서 진제 스님에게 "팔공총림(동화사)의 산중 공의가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효광 스님을 차기 주지로 지명한 것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진제 스님이 동화사의 차기 주지로 효광 스님을 지명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에 진제 스님은 "철없는 소리하지 말라"며 "죽비를 맞고 싶냐, 산문출송(山門黜送)을 당하고 싶냐"고 언성을 높였다. 효광 스님의 지명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성문 스님은 물러서지 않은 채 "산문출송 당할 일을 하지 않았다"며 "할 수 있으면 해 보시라"고 맞섰다. 산문출송은 승려가 큰 죄를 지었을 때 자격을 박탈하고 절에서 내쫓는 것으로 가톨릭의 파문에 해당한다. 산문출송되면 승복이 아니라 일반인의 옷을 입혀 산문 밖으로 쫓아낸다.

이어 열린 팔공총림 3차 임회는 "산문출송 당하고 싶으냐"고 말한 방장 진제 스님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참석자들은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에 효광 스님의 징계를 요청하고 현재 그가 맡고 있는 종정예경실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은 "종정예경실이 지난달 20일 공권력을 사찰로 끌어들여 종정 권위를 손상시키고 불교 종단과 총림의 자주성을 훼손했다"고 성토했다.

16일에는 동화사 자주성수호비상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허운ㆍ능도ㆍ현장 스님) 소속 스님 30여명이 서울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 앞에서 효광 스님의 징계와 차기 주지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했다. 중앙종회 위원인 현근 스님은 "종정이 그렇게 과격하게 말씀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우러러 모셔야 할 어른인가 의심이 갈 정도"라며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불교사회정책연구소의 법응 스님은 "좁은 시각으로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종단 전체를 생각한다면 화합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길이 보일 것"이라며 "부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불교 최대 축일인 부처님 오신 날을 눈 앞에 두고 있지만 동화사 사태는 점점 꼬이고 있는 형국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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