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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제발 한 번만, 엄마 전화 좀 받아봐, 제발…" 통곡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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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제발 한 번만, 엄마 전화 좀 받아봐, 제발…" 통곡의 학교

입력
2014.04.1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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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아, 엄마 전화 왜 안 받아. 제발 한번만 받아봐. 제발…."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1동 단원고. 수학여행을 떠난 2학년생들이 탄 세월호의 침몰 사고로 이 학교 학생 정차웅(17)군 등 4명이 숨지고 281명이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4층 강당에 모여 자녀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고 있던 가족들은 일제히 울음과 비명을 쏟아냈다. 제자들과 친구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다는 소식에 수업을 중단하고 강당에 함께 모여있던 교사들과 1, 3학년 학생들도 패닉 상태에 빠져 들었다.

학교측이 오전 한때 '학생들 전원 구조'라는 잘못된 소식을 전했던 터라 이를 비난하는 일부 학부모들의 폭언과 욕설까지 터져나오면서 강당은 아수라장이 됐다.

단원고 2학년생 325명과 인솔 교사 14명이 탄 여객선이 좌초됐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진 것은 이날 오전 9시쯤. 수학여행 인솔자인 교감이 휴대폰으로 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배가 15도 정도 기울었다. 아이들을 모두 대피시켜야 할 것 같다"고 연락을 해왔다. 비슷한 시각 학생들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연락해 배가 기울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수학여행에 동행하지 않아 화를 면한 2학년 곽진의(17)양은 "옆반 친구가 오전 8시45분쯤 전화를 했는데 '배가 쏠리고 있어'라는 얘기를 하는 순간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면서 전화가 끊어졌다"고 말했다.

소식을 듣고 학부모 600여명이 학교로 속속 모이자 학교측은 4층 강당에 가족 대기실을 마련하고 사고현장 구조상황 등을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원 구조' 등 낭설이 떠도는 등 우왕좌왕하자 감정이 격해진 일부 학부모들은 의자를 집어 던지는 등 격렬히 항의했다. 한 학부모는 "어제 밤에 아들이 전화해서 '안개가 심해 못 갈 것 같다'고 했다가 다시 전화를 했더니 '그냥 출발한다더라'고 했다"며 "학교측이 위험한 상황인데 수학여행을 강행해 사고가 터진 것 아니냐"고 따졌다.

마음이 조급해진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연신 휴대폰을 걸었지만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굴러야만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오늘 오전 9시 반쯤 아들과 통화했는데 '사고가 일어나 구명조끼를 입고 선상으로 모이고 있다'고 했다"고 흐느꼈다.

오전 11시30쯤 구출된 학생 일부가 전화 연결되면서 가족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6반 이인서(17)양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나 살았어. 걱정하지마. 물에 빠졌다가 친구들 11명과 함께 구조돼 병원으로 가고 있어"라고 알려왔다. 인서양을 통해 생존 사실이 확인된 11명의 학부모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나머지 학부모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또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불안에 떨던 학부모들은 이날 낮 12시부터 안산시와 학교에서 마련한 버스 10여대를 타고 사고 해역 인근인 전남 진도군으로 떠났다.

한편 2학년생들 가운데 장애학생 4명은 항공편을 예약해 사고를 모면했다. 이들 4명은 제주행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기 위해 담당 교사와 함께 오전 8시30분쯤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가 사고 소식을 접하고 학교로 되돌아왔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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