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재난사고가 일어났을 때 수습대책을 총괄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6일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368명이 구조됐다"고 밝혀 사고 승객 가족들의 분통을 터뜨렸다. 수색구조를 주관하는 해양경찰청보다 200명이나 많은 구조자 숫자를 발표하는 등 하루종일 혼선을 빚으며 중대본의 무능과 기관 간 부조화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고대응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고대책을 추진하고 현황을 발표할 중대본이 꾸려진 것은 오전 9시 45분. 조난신고가 접수(오전 8시58분)된 지 약 50분만이다. 중대본은 오전 10시 110명이 구조됐다고 처음으로 구조자 숫자를 밝혔다. 중대본이 밝힌 구조자 숫자는 오전 11시30분 161명, 낮 12시 179명, 오후 2시 368명으로 급증해 구조활동이 순조로워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섣부른 짐작마저 나왔었다.
하지만 같은 시각 해경은 침몰사고의 구조자가 168명에 불과하다며 중대본의 브리핑에 대해 오히려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대본이 발표한 구조자 숫자와 200명이나 차이가 났다. 이경옥 안전행정부 2차관은 30분 뒤 "후송선과 어선 등으로 구조된 인원을 중복계산했다"며 구조자 인원을 180여명으로 정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경이 밝힌 구조자 수(164명)와 약 20명 차이가 났다. 중대본은 오후 4시30분에야 구조인원을 164명이라고 정정, 사고 후 7시간30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숫자가 나왔다.
브리핑 발표 주체를 놓고도 갈팡질팡했다. 중대본이 구조자를 368명이라고 발표한 오후2시께 서해 해경청 관계자는 "중대본이 제대로 파악도 안한 채 발표해 우리가 설명를 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 나온 숫자인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결국 오후 6시30분에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구조자 숫자 발표는 앞으로 해경이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처럼 부처간 손발도 안 맞는 상황에서 중대본이 사고수습을 제대로 한 게 맞느냐는 의문이 크다. 처음부터 사고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구조와 수색 등을 지휘했어야 하지만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섣불리 구조를 낙관하다 오히려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부분 승객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사고가 났고 배가 침몰하기까지 시간이 꽤 있었다는 점에서 대처만 제대로 했어도 훨씬 많은 인원을 구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대형 선박재난사고 발생시 정부의 대응 매뉴얼도 이원화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조난사고의 인명피해구조에 관련 매뉴얼을, 해양수산부는 사고발생시 사고본부 설치 관련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해경측은 인명피해구조에 관한 매뉴얼은 '대외비'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해양 선박사고를 범부처적으로 일원화해 관리하는 '위기관리체계 편입'하는 작업은 지난달 시작됐다.
김경준기자 utrakj@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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