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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음악했는데 다른 과로 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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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음악했는데 다른 과로 가라니…"

입력
2014.04.1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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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순수음악' '보고 싶다 15학번'

15일 경기 포천 대진대 본관 1층 로비는 이런 손팻말을 든 음악학부 학생 60여명이 메우고 있었다. 차가운 바닥에 나앉은 이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소통과 합의 없는 폐과조치 철회하라!" 지난 3일 학교가 뉴미디어작곡ㆍ성악ㆍ기악(피아노ㆍ관현악) 전공으로 이뤄진 음악학부 폐지 결정을 통보한 후 학생들은 본관에서 이틀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음악학부에는 신입생 74명을 포함한 280여명이 재학 중이다. 김모(22ㆍ3학년)씨는 "학생, 교수들과 상의 한 번 없이 졸속 추진된 폐지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주도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으로 입학ㆍ개강 한 달 만에 학과가 없어지거나 다른 학과로 바뀌는 일이 잇따르며 대학들이 진통을 겪고 있다. 학생회에 따르면 대진대의 음악학부 폐지는 불과 2,3시간 만에 결정됐다. 지난 3일 교무위원회에서 총장이 "신입생 모집 중지" 방침을 예술대 학장에게 통보했고, 직후 이사회를 열어 학부 폐지를 확정했다.

음악학부의 한 교수는 "피아노 전공은 대학의 49개 전공 중 신입생 충원율이 22위인데, 왜 폐과가 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원 감축이 클수록 가산점을 많이 받는 수도권ㆍ지방대 특성화사업 마감(30일)이 다가오니 원칙도 없이 학부 폐지안을 날치기로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진대는 2년 전에도 음악학부의 4개 전공을 3개로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단행해 반발을 샀다.

학교 측은 학내 반발에 귀를 닫고 있다. 중국 출장을 갔다가 14일 귀국한 총장은 몸이 안 좋다며 입원했고, 부총장은 출장 중이다. 음악학부의 한 교수는 "학교가 해결방안이랍시고 내놓은 게 전과(轉科) 권장인데, 어릴 적부터 음악을 한 학생들이 경영학과 등에 가서 어떻게 적응하겠냐"고 한탄했다.

전국에서 3개뿐인 원광대 서예문화예술학과도 지난 9일 폐과 통보를 받았다. 입학정원(35명)에 2명이 미달되는 등 신입생 충원율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입학정원 4% 감축 방침을 정한 원광대에서 이 학과만 유일하게 폐지된다. 3년 전 구조조정으로 서양화ㆍ조소ㆍ도예과 등이 통폐합된 미술학과의 하위 전공으로 명맥 유지를 추진 중이지만 그것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예문화예술학과의 한 교수는 "학교에 정원을 25~30명으로 줄여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폐과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희소성과 경쟁력을 인정해 학교에서 특성화 학과로 지정한 지 7년만이다. 1989년 세계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 학과를 모델로 삼아 중국 70개 대학, 일본 2개 대학에서 서예과를 개설, 운영 중이다. 재학생 김모(21ㆍ2학년)씨는 "한류를 활성화한다면서 다른 나라의 본보기가 되는 학과를 폐지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앞서 서일대는 문예창작ㆍ연극과 폐지를, 서원대는 미술학과와 뷰티학과의 통합을 일방적으로 추진해 학내 구성원의 반발을 샀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임재홍 부위원장은 "대학들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한 정원 감축에 매몰돼 학문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 없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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