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경비 용역업체가 노동자들에게 고용승계를 빌미로 통상임금 소송 취하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일 서울남부지법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 경비 및 보안검색 업무를 담당하는 특수경비대원 442명은 G용역업체를 상대로 2012년 말과 2013년 초 46억여원 상당의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두 건 모두 18일이 선고 예정일이다.
G업체 소속 경비대원들은 한 달에 주간 근무(오전 8시 30분~오후 6시 30분) 10회, 야간 근무(오후 6시 30분~익일 오전 8시 30분) 10회씩 총 240여시간 일한다. 24시간 열려있고, 주요 인사들이 자주 드나드는 공항 특성상 야근이나 연장 근무가 잦다.
자연히 이런 수당의 산정 기준이 되는 기본급 액수에 따라 전체 임금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G업체는 매달 전체 경비대원에게 지급하는 상여금, 근속수당, 식대 등을 기본급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에 경비대원들이 상여금 등 통상임금을 기본급으로 해 야근 수당 등을 산정해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최근 대법원은 정기적, 고정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었다.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함에도 G업체는 '소송을 취하하면 1인당 월 5만2,140원씩 최대 54개월분을 소급해 일시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이달 초부터 일부 경비대원들에게 돌렸다. 당초 청구 금액의 30%에 불과한 액수이지만 벌써 250명이 넘게 합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비대원들은 "사측이 공항공사와 6월 계약만료를 코 앞에 두고 고용 승계 등을 빌미로 겁을 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복수의 목격자에 따르면 G업체 회장은 지난 12일 인천공항 2층 경비대 사무실에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경비대원 6명을 불러 "소송을 취하한 사람은 다음달부터 월급을 더 받아 월급명세서만 봐도 소송에 참여한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인천공항공사와 새로 용역계약을 맺을 업체가 소송을 건 사람들의 고용승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알아서 판단하라"고 말했다. 직후 경비대원 4명이 소송 취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G업체 노조위원장은 "회사 본부장도 14일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사람은 고용승계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조합원들에게 전했다. 이에 대해 G업체 회장은 "직원들의 질문에 '새 용역업체가 소송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해 고용을 승계할지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라며 "나는 새 용역업체의 고용승계 여부에 대해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본부장은 "경비대원들이 최근 고용승계에 불안감을 느껴 말을 왜곡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고용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용역업체에 권고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고용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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