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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들 전학 갈 수도 없는데…" 명수학교, 마지막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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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들 전학 갈 수도 없는데…" 명수학교, 마지막 수업

입력
2014.04.1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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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어수선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학부모들만 그랬다. 학교 경영자와 그의 형제들간 재산권 다툼으로 문을 닫기 하루 전인 15일, 지적ㆍ자폐성 장애 전문 특수학교 명수학교의 풍경이다. 서울 성북동 명수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황모(45)씨는 "내일부터 학교에 못 간다고 말해도 못 알아 듣는지 우리 아들은 눈만 껌벅거려요. 이런 아이들을 학교에서 내쫓고 경영자란 사람은 양심의 가책도 못 느끼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국내 유일의 개인소유 특수학교인 명수학교가 16일 학교 폐쇄를 강행한다. 이 학교 경영자 최모(62)씨가 일방적으로 폐쇄 통보를 한 지 일주일 만이다.

1968년 설립된 명수학교는 설립자 사망 이후 자녀 6명이 학교 부지를 분할 상속 받은 뒤 1998년부터 장남 최씨가 개인 명의로 운영해왔다. 문제는 2010년 학교에 국고 26억원이 투입된 신축 교사가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최씨 형제들은 공동명의 터에 지은 건물이 최씨 개인 명의로 된 것에 반발, 부지 사용료 청구소송을 내 승소했다. 이날 학교에서 만난 최씨는 "매달 임대료로 1,000만원 넘는 돈을 낼 능력이 안 된다. 학교 문을 닫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재산싸움 때문에 장애 학생들을 외면한 학교 경영진과 이를 수수방관한 교육당국에 분노를 느낀다"며 반발했다. 최은희 학부모운영위원장은 "장애아는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극도의 불안함을 느껴 전학 자체가 큰 부담인데, 인접지역 특수학교는 이미 정원 초과로 전학을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강한 원망을 드러냈다.

명수학교에 연 3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수업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는 막겠다면서도 당장 코앞에 닥친 폐쇄를 철회시킬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당국의 인가 없는 일방적인 학교 폐쇄는 사립학교법 위반이다. 경영자와 형제들을 차례로 설득해 폐쇄만큼은 막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다.

졸지에 이날 '마지막 수업'을 받은 학생 90여명은 평소와 다름없이 천진난만했다. 내일이면 수 년간 공부하고 친구들을 사귀었던 정든 학교에 들어갈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큰 소리로 노래 부르고, 친구와 장난을 쳤다. 한 학부모는 "몸과 마음 모두 성치 않은 장애 학생들이 내일 굳게 잠긴 정문을 보고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학부모들은 16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자녀를 등교시키고, 학교 진입이 불가능하면 교사들과 학교 인근에 천막을 치고라도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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