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가 파격적인 장학혜택에도 불구, 미달사태를 빚어 온 글로벌인재학부를 폐지키로 하자 학생ㆍ학부모들이 총장실을 점거, 농성을 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입학정원 30명 중 8명밖에 뽑지 못한데다,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과 내년부터 의예과 모집 부활로 번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경북대는 최근 학장회의를 열고 2015학년도부터 글로벌인재학부 신입생 모집을 중지하기로 했다. 총장 결재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글로벌인재학부 재학생들은 지난 11일부터 이에 반발, 총장 부속실과 소회의실을 점거하고 15일 현재까지 10여명의 학생들이 "글로벌 인재는 인제 어디로 가요?" 등의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항의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15일 오전에는 학부모들도 학교를 방문, 학부 폐지에 항의했다. 학생들이 집기 훼손이나 고성과 같은 과격행동을 자제한 채 신사적인 농성을 하고 있어 함인석 총장은 총장실에서 간부회의를 여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보고 있다.
재학생들은 "폐지설이 나돌았던 2년 전에는 공청회 등을 열어 학생들의 의견도 반영됐지만, 이번에는 학부장조차 폐지 안건을 학장회의에서 처음 알았을 정도"라며 학부폐지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경북대가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북대 글로벌인재학부는 의학전문대학원 개설 후 우수인재 유치를 위해 ▦4년간 등록금 전액 면제 ▦기숙사 제공 ▦해외 우수대학 어학연수기회 제공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고 신입생을 모집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학부로 인식하고 있다.
신입생을 처음 모집한 2010학년도에서 입학정원 60명 중 41명, 2013학년도에는 입학정원 30명 중 17명, 올해 8명만 뽑을 수 있었다. 2012년을 제외하곤 모두 미달이다.
지역 학 고교 진학지도담당 교사는 "경북대 글로벌인재학부 입학 성적이면 수도권 상위권 대학 진학이 가능한데 굳이 '지방대학'에 가야 하나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영어교육과 등 우수인재가 집중되는 일부 학과와 형평성 논란과 의예과 부활도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다. 2015학년도부터 의예과(입학정원 77명) 치의예과(42명) 모집이 부활되면 글로벌인재학부에 지원할 만한 자연계 학생들이 (치)의예과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경북대는 치의예과 모집정원을 2020학년도까지 이대로 유지하면서 예과생들이 본과로 올라가는 2016학년도까지 2년간은 (치)의학전문대학원생도 함께 선발한다. 2017학년도부터 4년간은 의예과 33명, 치의예과 18명을 학사편입으로 선발하고 2021학년도부터 완전한 예과 시스템으로 복귀하게 된다.
경북대 관계자는 "글로벌인재학부 재학생 121명에 대해서는 졸업 때까지 당초 약속한 장학혜택을 제공한다"며 "부총장 교무처장이 학생ㆍ학부모들과 만나 모집중단의 불가피성을 설득하고, 피해가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