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가권력의 불법을 처벌 못하는 정권은 법치가 아니다"
알림

"국가권력의 불법을 처벌 못하는 정권은 법치가 아니다"

입력
2014.04.15 18:36
0 0

"집권자가 국민에게만 준법을 요구하고 국가권력의 불법은 제대로 밝히지도 처벌하지도 않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현실은 법치가 아니다."

최근 를 출간한 한승헌(81ㆍ전 감사원장) 변호사는 1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등에 대한 현 정부의 대응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한 변호사는 "법이 지배자의 통치 수단이 아닌 견제 도구라는 것은 법학 권위자를 찾을 필요도 없이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는 상식"이라며 "국민의 준법만을 법치의 전부로 보는 것은 사실상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굴곡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보낸 55년간의 법조인생을 갈무리하며 기념선집 4권을 완간했다. 검사를 거쳐 '1호 시국 변호사'로서 감옥행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 , 에 이어 최근 를 마지막으로 출간했다. 4권의 선집은 1971년 한 월간지에 유신정권의 정치범 수사에 대한 비판 글을 게재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글쓰기에 나서 40여년 간 써 온 글 가운데서 골라 엮은 것이다.

그는 엄혹한 시기 때마다 언론사들로부터 숱한 청탁을 받고 쓴 기고문을 '부역(賦役)'이라고 표현했다. 기나긴 부역을 마무리한 만큼 홀가분함을 느낄 법도 했지만 그는 이날 연신 "개탄스럽다"고 했다. 군부독재 시절부터 남긴 과거 기록을 묶은 선집이 마치 '예언서'처럼 재현되는 현실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특히 전날 검찰의 간첩사건 증거조작 수사결과 발표에서 드러난 '일그러진 법치주의의 단면'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권력자가 처벌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맹견처럼 달려들어 억지 기소를 하고, 그 검사가 좌천은커녕 영전 되면서 악의 하수인으로 양성되지 않았나. 예전 정권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재현되고 있다"며 후배 검사들을 질책했다. 검찰이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과정에서 내홍을 겪었던 것을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검찰이 권력의 하수인이기를 거부하고 소위 '역린(逆鱗)'을 건드렸다가 오히려 찍혀 나간 것을 돌이켜 보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한 변호사는 정치권에 대해서도 "여당 의원들이 하나같이 백병전(白兵戰)에 나선 병사들처럼 정권의 비위에 맞춰 언성이나 높이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며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 이들처럼 막말을 일삼으며 토론을 망치기보다는 입법민주제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야 할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선집 작업을 마친 한 변호사는 이번 학기부터 가천대학원에서 시작한 '일본법 연구' 강의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중국이나 독일에 비해 우리 법에 큰 영향을 줬는데도 일본의 법학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개척자의 마음으로 (연구와 강의에) 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