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인권기본조례 제정을 권고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준수한 곳은 4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들의 지역사회 인권 증진 노력이 매우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인권위는 2012년 4월 '인권 기본조례 표준안'을 마련해 전국 243개 광역(16개) 및 기초(227개) 자치단체에 조례 재ㆍ개정을 권고했다. 표준안의 주요 내용은 지역 주민의 인권보장과 증진을 위해 ▦지자체장의 책무 규정 ▦공무원 정기 인권교육 의무화 ▦지자체에서 독립된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설치ㆍ운영 등이었다.
그러나 15일 인권위에 따르면 63개 지자체가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거나 불수용 입장을 표명했다. 수용 의사를 밝힌 180개 지자체 중에서도 118곳은 아직 조례를 재ㆍ개정하지 않았다.
특히 특별시, 광역시ㆍ도 등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인천ㆍ대구광역시와 제주도가 조례를 제정하지 않고 있다. 인천은 인적ㆍ재정적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당초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고 대구는 수용 의사를 밝히고도 아직 조례를 제정하지 않았다. 제주에선 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했으나 지난해 12월 우근민 도지사가 제동을 걸었다. 우 지사는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 구제는 국가가 할 일이며, 조례에 따라 지자체에 독립된 인권센터 등을 설치하는 것은 도지사 권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시ㆍ군ㆍ구 등 기초자치단체로 보면, 광주와 울산 지역 기초단체가 100% 조례를 채택했고, 부산(43.8%) 대전(40%) 서울(24%) 경기(22.6%) 순이었다. 반면 충북지역 기초자치단체는 단 한 곳도 조례를 채택하지 않았고 전북(7.1%) 경북(8.7%)지역 기초자치단체의 채택율도 10%를 넘지 못했다. 인권위는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것은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권정책연구소 김형완 소장은 "지난해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방정부와 인권'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인권의 지역화는 국제적인 흐름"이라며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조례를 실효성 있게 이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