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26일 한국을 방문한다. 일본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순방에 맞춰 이뤄지는 그의 방한은 임기 중 4번째이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은 성사되기까지 불협화음이 많았다. 당초 순방에서 한국을 제외하려던 미국은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막판에 포함시켰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추진했던 일본 정부와 그의 체류시간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꼴사나운 모습도 연출됐다. 오바마의 방한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양국 공동의 필요에서가 아닌 우리 정부의 '외교적 셈법'에 기인했다는 점 때문이다.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을 의식한 것이란 점은 이미 알려진 바다.
'보여주기식 외교'에서 시작된 만큼 우리 정부가 오바마 방한에서 성과를 내야 할 부담감은 그만큼 더 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한 중 정상회담 외에 한국 전통문화 이벤트에 참가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에서도 새로운 합의사항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급조된 일정의 한계 때문에 이런 밋밋한 일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지형은 우리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조짐으로 안보위협이 고조되고 있고, 동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도 심상치 않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로 헤어나오기 힘든 수렁에 빠져 있다. 이 와중에 일본은 일본인 납치문제를 고리로 북한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제 대북공조에 새로운 변수가 될 조짐이다.
오바마의 방한이 잠시 들렀다가는 의례적인 행사가 되지 않으려면 북핵 및 일본 과거사 문제에서 양국이 분명한 목소리를 도출해 내야 한다. 미국은 6자회담 재개 조건을 완화하려는 우리의 입장에 아직 별 움직임이 없다. 한일관계도 '미래가 중요하다'는 식으로 핵심을 피해가고 있다.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로는 일본에 과거사 면죄부를 주려는 인상마저 보인다. 어렵게 성사시킨 방한인 만큼 정부는 우리의 국익을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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