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들으러 갈까, 이슈메이커 레이디 가가의 독특한 패션을 보러 갈까, 아니면 인기 팝 밴드 마룬5의 노래를 따라 부르러 갈까.
여름 록 페스티벌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반가운 이름도 등장하지만 일본의 주요 록 페스티벌이 라인업을 대부분 확정한 것에 비해 국내 진행 상황은 더딘 편이다. 한두 개의 대형 페스티벌이 주도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다섯 개의 축제가 집중적으로 열려 경쟁이 치열한 탓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출연진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초 출연진을 공개한 안산밸리록페스티벌과 4월 중순 라인업을 밝힌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은 아직 1차 라인업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매년 8월 14, 15일 공연한 슈퍼소닉이 먼저 헤드라이너(간판급 출연자)로 영국의 국보급 록 밴드 퀸의 출연을 알렸다. 퀸의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TV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애덤 램버트와 '퀸+애덤 램버트'라는 이름으로 내한해 퀸의 명곡들을 연주한다. 프랑스 록 밴드 피닉스, 미국의 팝 듀오 어 그레이트 빅 월드도 슈퍼소닉 출연을 확정했다.
다국적 생명보험회사 AIA생명은 올해 처음 여는 음악 축제인 'AIA 리얼 라이프: 나우 페스티벌 2014'에 팝스타 레이디 가가를 초청했다고 15일 밝혔다. 2년 전 가가의 서울 공연을 담당했던 라이브네이션코리아와 YG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페스티벌로 8월 15일 첫날엔 YG 소속 가수들이 공연하고 2009년과 2012년에 이어 세 번째 내한하는 가가는 16일 무대에 오른다.
안산밸리록페스티벌과 펜타포트락페스티벌,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시티브레이크는 한창 출연진을 꾸리는 중이다. 여러 차례 내한한 적이 있는 팝 밴드 마룬5는 계약 성사 단계고, 오랜 기간 섭외를 진행한 래퍼 카니예 웨스트는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퀸을 비롯해 올해는 '전설'로 불리는 거장들이 록 페스티벌 관계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오지 오스본과 재결합한 원조 헤비메탈 밴드 블랙 새버스, 영국 하드록의 자존심 레드 제플린의 보컬리스트 로버트 플랜트, 스래시메탈의 전설 메가데스 등이 출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프란츠 퍼디난드, 악틱 멍키스, 카사비안, 더 1975, 베이스먼트 잭스, 제이크 버그 등 영국의 유명 록ㆍ팝ㆍ일렉트로닉 스타들도 섭외가 한창 진행 중이다. 뉴질랜드 최초로 빌보드 1위에 오른 여성 가수 로드와 접촉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여름만 되면 대형 음악 축제가 쏟아지지만 흑자를 기록하는 곳은 드물다. 국내 공연기획사들의 경쟁으로 해외 음악가들의 몸값은 올라가는데 페스티벌의 난립으로 수요가 분산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산리조트가 CJ E&M과 결별 후 KBS미디어와 손 잡고 열었던 지산월드락페스티벌은 올해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지산월드락페스티벌의 한 관계자는 "지산리조트의 골프장ㆍ스키장 사업이 부진을 겪고 있는데다 페스티벌 사업마저 상당한 적자를 기록해 올해는 개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혈경쟁은 올해도 이어진다. 지산월드락페스티벌이 빠지고 AIA 나우 페스티벌이 들어옴에 따라 올해도 다섯 개의 대형 축제가 열린다. 그 중 세 개(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슈퍼소닉, AIA 나우 페스티벌)가 서울 도심에 공연장을 잡았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5개나 되는 페스티벌의 시간표를 채우려면 적어도 50여 팀의 해외 출연진이 필요한데 올해는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를 거쳐 가는 음악가 가운데 국내에 티켓 파워가 있는 이들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출연료를 높이는 식의 경쟁이 이어지다 보면 국내 록 페스티벌 시장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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