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생명이 출범 2년 만에 생명보험업계 1위(초회보험료 기준)를 차지하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농협생명은 단기간 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빅3 구도를 허무는 위협적인 존재로 급부상했다.
1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지난해(4~12월)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은 최초의 보험료(초회수입보험료)가 2조1,648억5,800만원을 기록해 삼성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삼성은 1조9,851억4,000만원을 기록해 2위로 밀렸다. 이어 한화(1조180억2,400만원)와 교보(6,927억2,000만원) 순이지만 격차가 벌어졌다.
다만 초회보험료를 포함한 전체 보험료 납입규모는 아직 4위. 지난해 총 수입보험료 기준 삼성(19조6,005억4,000만원), 한화(9조9,703억8,800만원), 교보(8조7,314억3,900만원)가 빅3고 이어 농협생명이 6조6,064억6,900만원이다. 하지만 특별계정(변액보험, 퇴직연금)을 제외하면 농협생명은 한화와 교보를 제치고 2위다.
농협생명이 초회보험료로 깜짝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데는 정부 지원의 힘이 컸다. 2012년 3월 민간보험사로 출범하면서 농협생명은 정부로부터 5년간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25%룰’ 적용을 유예 받았다. 25%룰은 한 은행에서 특정 보험사 상품을 25%이상 판매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다른 보험사들은 한 은행에서 25%이상 자사 상품을 못 팔지만 농협생명은 2016년까지 4,500여개의 농ㆍ축협 단위조합에서 100%에 가깝게 자사 보험을 판매할 수 있다. 농협생명의 방카슈랑스 비중은 90%에 이른다.
여기에 올해 정보유출로 보험사의 전화(TM)영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반사이익도 얻었다. 농협생명의 월납 초회보험료는 1월 78억9,000만원, 2월 111억8,000만원, 3월 273억7,000만원으로 뛰어올라 지난달 삼성생명(317억2,000만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지난달 보험설계사와 대리점 채널에서의 실적도 상승했다”며 “채널을 다변화하고 상품 경쟁력을 키워 시장점유율을 넓힐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25%룰 유예로 농협생명이 빠르게 지역 단위를 파고들었다”며 “하지만 저축성 보험 판매가 90%에 이르는 등 상품이 다양하지 않은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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