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관한 한 보이는 대로 믿어선 안 된다. 알갱이가 굵은 황사는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지만 미세먼지는 농도가 아주 높지 않은 한 하늘이 맑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한국일보 사진부 기획팀이 지난달 1일부터 45일간 남산 N서울타워에서 기록한 사진과 서울시 대기환경정보를 비교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와 시야가 꼭 일치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당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았던 지난달 8일(59㎍/㎥)이 농도가 낮았던 이달 10일(45㎍/㎥)보다 오히려 쾌청했다. 지난달 16일 오후 1시 기준 미세먼지 농도는 90㎍/㎥로 '약간 나쁨'이었지만 서울 하늘은 파랗게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시정거리가 대기의 질보다 날씨에 더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의 습격을 받지 않으려면 정밀하고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미세먼지 예보가 절실하다.
환경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을 보고, 내년부터 미세먼지(PM10) 경보가 발령되면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차량 부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1단계 주의보(24시간 평균 농도 120㎍/㎥ 초과) 발령시 도로먼지제거 차량 운행 확대,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 ▦2단계 경보(24시간 평균 농도 250㎍/㎥ 초과) 발령 때는 학교 휴교, 차량 부제 운행 등 강제조치를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국내에서 시간당 미세먼지 농도가 300㎍/㎥를 넘긴 적은 있지만 24시간 유지돼 경보가 내려진 적은 없다.
또한 수도권 초미세먼지(PM2.5) 예보제를 법정 시행일인 내년 1월 1일보다 앞당겨 다음달부터 시범 시행하고,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를 80%(현재 71%)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상반기 중 중국 74개 도시의 실시간 오염관측 자료를 공유하기로 했다.
환경기준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의 착시현상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최근 45일간 단 3일만 국내 환경기준(100㎍/㎥)을 초과해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세먼지를 좋음·보통·약간나쁨·나쁨·매우나쁨의 5단계로 나눈 환경부의 예보기준으로도 37일이 '보통'이상이었다. '보통'은 '외출 등 실외활동 지장 없음'에 해당된다. 그러나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50㎍/㎥)으로는 45일 중 29일이나 기준치를 넘어섰다. 초미세먼지도 한국기준으로는 1일, WHO기준으로는 역시 29일을 초과했다.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은 미세먼지의 절반이다.
이종태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특정 농도 이하에서 미세먼지에 의한 건강영향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를 규제기준으로 정할 수 있겠지만, 미세먼지 노출에 대한 건강 안전기준치는 없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라고 밝혔다.
지역별 시간대별 편차가 커 평균치만 믿다가는 미세먼지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도 있다. 조사기간 중 대기환경이 가장 나빴던 지난달 18일, 실시간으로 대기오염 정보를 제공하는 에코리아는 미세먼지 예보를 통해 "옅은 황사의 영향으로 전국에서 '약간 나쁨'(일평균 81~120 ㎍/㎥) 이상으로 나타나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날 서울시 일평균 미세먼지농도는 120㎍/㎥으로 가까스로 예보 범위에 들었지만 중랑구는 오후 12시부터 4시간 동안 경보 수준인 240㎍/㎥을 상회했다. 반면 마포구(48㎍/㎥)는 일평균 농도가 중랑구(143㎍/㎥)의 ⅓에 불과했다. 금천구는 이날 최저치와 최고치 차이가 무려 195㎍/㎥이었다. 일평균과 지역별 산술평균으로 제시되는 수치로는 실제상황을 파악하기에 역부족이다. 현재로선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지역별 대기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최선이다.
서울의 미세먼지 변화 패턴을 보면 출근시간부터 점점 증가해 퇴근시간까지 높은 수준이 유지된다. 퇴근시간 이후 일시적으로 줄어들다 오후 9~11시 사이에 다시 한번 높아진다. 새벽 시간대에는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김동영 경기개발연구원 환경연구실장은 "미세먼지 농도는 일반적으로 차량 이동량과 비례하고, 밤에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이유는 공기가 가라앉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세먼지 측정을 시작한 이래 서울시의 대기환경은 꾸준히 나아지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워싱턴 도쿄 파리 등 선진국 대도시에 비해서 2~3배 나쁜 수준이다. 서울시는 지난 2월 '대기질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미세먼지 농도를 2024년까지 연평균 30㎍/㎥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선진국 대기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진부기획팀=김주영기자 will@hk.co.kr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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