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림바는 악기다. 실로폰의 일종이라는데, 직접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익숙하다. 어디서나 흔히 들리는 아이폰의 기본 벨소리를 '마림바'라 부르기 때문이다. 내 전화에서도 역시 마림바가 울린다. 언젠가 영화관에서 그 소리가 울려 당황한 적이 있다. 진동으로 바꿔놓지 않은 줄 알고 조건반사적으로 가방에 손을 넣었더니, 벨소리의 출처는 영화 속 주인공의 휴대전화였다. 한번은 고속버스 안에서 휴대전화 액정 화면으로 영화를 보다가 묘한 흥분을 느끼기도 했다. 그 영화 속에서도 마림바가 울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내 아이폰 속의 아이폰에서 그 소리가 흘러나오니 마치 내게 전화가 온 것만 같았다. 여보세요, 라고 하면 바로 영화 속의 인물과 통화를 하게 될 듯한 기분. 내가 어렸을 때 큰집에는 미닫이문이 달린 흑백 TV가 있었다. 그때로서도 꽤 오래된 물건이라 브라운관 가장자리가 덜렁거렸는데, 어느 날 축구 중계를 보다가 저 유리를 걷어내고 안쪽에 발을 들이밀면 축구장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난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내 최초의 의문이었다. 어린애라서 할 수 있는 소박하고 썰렁한 상상이었을 테지만, 이제 다시 그 경계가 헷갈려 문득 문득 '마림바 착각'에 사로잡히는 걸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 착각이 약간은 짜릿하기도 해서 나는 여전히 흔하디흔한 이 벨소리를 바꾸지 않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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